불교 입문 교리

5-4 대승불교와 공

소리없는 아우성 2012. 12. 13. 11:07

대승불교의 일체개공


일체법의 분류는 대승불교나 유부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대승불교 쪽에서는 이같은 해석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교리 해석을 번쇄하게 하고 불타의 참뜻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이 일어났다. 그리하여 종래의 유부교설에 대한 일대수정을 시도했다. 그것이 다름아닌 ≪반야심경≫의 '오온개공'이다. 다시말해 유부에서는 일체법은 실재한다는 '법유(法有)'를 주장한데 대해 '법공(法空)'을 강조하고 이러한 해석만이 부처님의 진의에 맞는 것이라고 자부했다.

대승불교가 유부의 주장을 비판하는 것은 '무아'에 대해 어떤 개체(오온;五蘊)가 인연에 의해 모였기 때문에 다만 이름만 있을 뿐 진실로 실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점은 인정하나 구성요소로서의 제법이 실유한다는 것은 외도(外道)의 '아관(我觀)'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나라는 것은 '자기존재'로서의 고유한 성질이 있는 것을 말하는데 어떠한 경우에도 이같은 자아의 상정은 연기에 의해 도출된 무아의 사상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공의 의미는 나가르주나의 후계자인 중관파(中觀派)에 의해 공성설(空性設)로 확립되었다. 또 유가행파(有伽行派)는 유부와 같은 '법의 체계'를 역이용해 '법의 존재성'을 박탈하고 기능성만을 주체로 하는 유식론(唯識論)을 발전시켰다.

유식설의 골자는 유부가 색(물질)을 먼저 말하고 심(心=의식)을 말하는데 대하여 심을 먼저 말하고 색을 말함으로써 법의 존재성을 파기하는 것이다. 색과 심은 객관과 주관의 관계로 유부에서는 주관(心)이 객관(色)에 의해 움직인다고 보았다. 즉 인간의 정신작용은 그 대상이 있어야 비로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것을 법상생기(法相生起)라고 한다. 그러므로 유부에서는 색법을 심법보다 먼저 열거했던 것이다. 이것은 색본심말(色本心末)의 사상으로 소박한 인식방법이다.

이에 대해 대승불교는 주관을 앞에 놓고 객관을 뒤에 놓는다. 심본색말(心本色末)의 사상이 이것이다. 이에 의하면 모든 것은 오직 식에 의해 변화와 작용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즉 유부에서 색법이 먼저 있어야 이것을 대상으로 하여 우리의 정신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대하여 유식학에서는 우리의 정신적 대상이 되는 색법은 원래 무엇으로부터 선재(先在)하게 되는 것인가를 의심하고 그 근원은 오히려 우리의 심식으로부터 변현한 것이라는 것이다. 심식이 먼저 있은 후에야 색법이 있다는 생각은 유식학의 큰 특색이다.
그러나 '존재의 파기'를 위해 주장된 유식설은 후세에 이르러 그 자체에 존재성을 부여하는 오류를 다시 범하는 문제를 낳았다. 즉 식(識)을 자기의 주체로 잘못 인식하는 폐단이 생긴 것이다. '삼계유심(三界唯心) 만법유심(萬法唯心)'이란 소박한 뜻으로 이해할 때 '유심론·유식론'의 함정이 된다. 그럴 때마다 불교의 근본교의가 '무아'에 있는 것임을 거듭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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