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입문 교리

5-2 5온 12처 18계

소리없는 아우성 2012. 12. 13. 11:06

삼 과(三科)


삼과의 첫 번째인 오온은 본래 우리의 개인적 존재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의 집적을 뜻한다. 즉 '색'이란 육체다. 눈·귀·코 등 감각기관(根)을 갖춘 신체를 가리킨다. 다음의 '수·상·행·식'네가지는 색에 대한 정신작용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 면 '수'란 감각 또는 고와 낙 등에 대한 감수작용이다. '상'이란 표상작용이다. 즉 마음이 이미지를 갖는 것, 상상 또는 관념같은 것이다. '행'이란 의지 또는 충동적 욕구, 마음을 구성하는 것이다. '식'이란 인신작용 또는 판단과 분별을 말한다.

오온은 이와 같이 육체와 정신의 전체를 나타낸 것이므로 마음이 갖는 이러한 네가지 이외의 작용은 '행'속에 포괄된다. 행은 일반적으로 마음 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식은 단순한 의식작용이라기보다는 마음 그 자체, 즉 수·상·행으로 된 마음작용의 뿌리인 주체라고 할 수 있다.
오온은 우리들 개인존재의 요소일 뿐만 아니라 일체의 현상이 다 적용된다. 즉 '색'은 외계를 포함해서 물질 일반을 가리키고, 마음과는 관계없는 여러 가지 작용과 힘, 또는 추상적 개념은 모두 '행'에 포괄된다.

개인존재의 요소가 되는 오온을 앞에서 말한 것과 구분하기 위해 '오취온'이라고 한다. 이러한 요소들(소재들)이 모이게 되면 개인적 존재(我)를 상정한 아에 집착하게 되고 이로 인해 윤회의 생존을 가져오게 된다는 뜻이다.오온의 배열은 고정되어 있다. 그 순서는 대체로 먼저 육체가 있고 이것을 근거로 해서 정신이 작용하게 된다. 정신현상은 눈 앞에 있는 것을 지각하고 지각한 것에 대해 마음속에 이미지(想)를 만들어 품고, 그 이미지에 따라서 여기에 적극적으로 작용하고 마지막으로 잘 음미하고 인식, 확인한다. 즉 수상행식은 심리적인 프로세스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심리작용은 다음과 같은 세가지로 대응한다. 즉 즐거운 것을 보고 그것을 마음으로 상상하며, 이것저것 즐거운 일들을 상상하면 그 어떤 것이라도 가지고 싶어 접근해간다. 반대로 불쾌하게 느끼고 고통을 줄 듯하면 그것으로부터 도망치려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뱀을 보고 무섭다고 느껴 도망치려하다가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새끼줄이었다고 깨닫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와 '행'은 수동과 능동이라는 차이가 있고 '상'과 '식'에는 합해서 안다는 것과 나누어서 안다는 차이도 있다.

12처(또는 12입)의 '처(處)'는 지각의 입구, 즉 지각이 그곳을 통해서 생기는 장소라는 의미다. 이를테면 본다는 작용은 눈(眼)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마찬가지로 듣는 것은 귀(耳)며, 냄새맡는 것은 코(鼻), 맛을 보는 것은 혀(舌), 감촉되는 것은 몸(身:피부)을 통해서다. 또 무엇을 알게 되는 것은 생각(意)이라는 감관을 통해서다. 이상을 6근(또는 六入, 六處)이라고도 한다. 이 6근은 각기 외계의 대상과 대응한다. 눈은 색깔과 모습(色), 귀는 소리(聲), 코는 냄새(香), 혀는 맛(舌), 몸은 촉감(觸), 그리고 생각은 법이라는 대상을 갖는다. 이 여섯가지 감각기관과 외계의 대상을 합쳐서 12처라고 한다. 식의 대상인 법은, 유형·물질·비물질 등 모든 존재 내지 모든 추상개념을 일컫는데 분류항목 가운데 색성향미촉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이와 같은 명명법은 5온이 일체법이라고 보았을 때 '행'이 다른 네항목(色·受·想·識)에 포함되지 않는 것을 일괄해서 포함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즉 모든 것이 '법'이지만 그 중 특정한 기능과 특색 있는 것에는 특별한 명칭을 주고 그밖의 일반적인 것은 '법'이라는 이름으로 총괄하는 것이다. 5온에서 '행'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무상하고 변화하는 것(有爲法), 그렇지 않은 것(無爲法)도 여기에 포함된다. 5온과 12처를 대응시켜 비교해 보면 12처의 안이비설신의(五根)과 색성향미촉(五境)은 모두 색온에 해당된다. 의는 식온과 같지만 법처는 수상행의 삼온을 포함하는 것이다.

십팔계는 이상의 12처의 대응(內와 外, 根과 境)에 또는 안식(眼識)에서부터 의식(意識)까지의 육식을 보탠 것을 말한다. '계(界)'란 여기서 구성요소 또는 영역·종류라는 뜻이다. 동시에 일정한 영역내에 놓여진 것은 서로가 공통되는 성질이 있으므로 그 공통된 성질은 그러한 것들을 한 가지로 만들어 주고 있는 요소이며 근원이 된다. 그것은 마치 물질의 원소와 같다. 그리고 광산이나 광석을 뜻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거기에서 금속이나 보석이 나오는 근본의 것이라는 뜻이다.

18계의 분류원리는 근(根)·경(境)·식(識)의 삼사화합이라는 사고방식에서 유래한다. 이것은 인식론이지만 우리들의 인식에는 반드시 인식의 대상(境)과 인식성립의 기능을 가진 감각기관(根)과 인식작용(識) 세 가지가 필요한 것과 같은 원리다. 예를 들면 코(鼻)를 통해서 냄새(香)를 맡음으로서 향기를 식별하는 작용을 비식(鼻識)이라고 명칭하는 것이다. 눈이나 귀, 또는 그밖의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5근·5경·5식의 경우는 삼사(根·境·識)가 명료하게 구별되지만 의근(意根)과 의식(意識)은 실은 같은 것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의근과 6식을 합해서 칠심계(七心界)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전부가 실은 '심(心)'으로서는 하나이고, 이것은 5온 가운데의 식온에 해당하는 것이다. 다만 기능적 측면에서 편의상 분류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이것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구사론≫등에서는 마음의 작용은 순간마다 생멸하기 때문에 어떤 찰나에는 안식이 작용하고 또 어떤 순간에는 의식이 작용한다는 식으로 재빨리 교체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TV를 시청할 때 화면을 보는 것과 소리를 듣는 것이 동시가 아니고 순간마다 교체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절이 아니라 필름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연속되는 영상과 음성을 지각한다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 본 온(蘊)·처(處)·계(界) 삼과(三科)의 분류는 모든 존재와 현상에 대한 중생의 집착이 허망한 것임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즉 정신의 실재(實在)를 밑는 우매한 사람에게는 오온을 가르치고, 물질(色)에 우매한 사람에게는 12처, 물질과 정신(色心)에 우매한 사람에게는 18계(界)를 설하여 각각
아집을 타파했던 것이다. 이 삼과(三科)의 분류법은 아함(阿含)이래의 전통, 즉 '불설(佛說)'에 근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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