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입문 교리

5-3 유부의 법체계(5위75법)

소리없는 아우성 2012. 12. 13. 11:06

유부(有部)의 법체계


아비달마의 교학은 삼과의 분류법을 더욱 발전시켜 '5위 75법'을 확립했다. 이 분류법은 ≪구사론≫에 근거한 것으로 원래는 유부(設一切有部)의 학설이다. 5위 75법은 존재와 현상을 크게 5가지로 나누고 다시 그것을 75종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5위는 5법이라고도 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A) 색법(色法) : 일체의 물질적 존재를 뜻하는 것이다. 물질은 지·수·화·풍 사대로 성립되며 그 최소 단위는 극미라고 한다. 이 극미가 집합증대하여 물질을 이룬다. 물질이존재하는 형식은 색깔(色)과 모양(相)이다. 그러나 물질은 시간의 흐름에 의해 변화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주관계(主觀界)의 오경(색성향
미촉), 그리고 무표색(無表色) (표면에 나타나지 않는 존재) 등 11종이 모두 이것이다.
(B) 심법(心法) : 심왕법(心王法)이라고도 한다. 정신의 주체로서 일체의 대상을 인식하는 것이 마치 절대군주와 같이 자유자재하다는 뜻에서 심왕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의 작용은 눈∼뜻에 의해서 한다.

(C) 심소법(心所法) : 심소유법(心所有法)·심상응행법(心相應行法)이라고도 한다. 심왕이 대상의 총상(總想)을 인식하는 것이라면 심소법은 총상과 함께 별상(別相)을 인식하는 작용이다. 예를 들면 푸른 나무를 보고 심왕은 오직 '푸르다'고 전체적인 모습만 본다면 심소법은 그 푸르름이 신록인가 아닌가를 구분하여 미세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심소의 기능은 46종이 있다.
(D) 심불상응행법(心不相應行法) : 색이나 심에 포함되지 않는 여러 가지 작용, 이를테면 힘, 세력과 같은 14가지 개념적 존재들을 말한다.
(E) 무위법(無爲法) : 앞에서 말한 (A)∼(D)는 현상계의 제법으로 모두 조작된 것이므로 유위법(유위법)이라 한다. 이에 대해 무위법은 무상한 현상계의 배경이 되면서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성질을 갖는 허공 등 3종이 있다.

제법을 분류하는 방법은 나중에 더욱 복잡 세밀해졌다. ≪성실론(成實論)≫에서는 5위 84법으로 분류했고 대승의 법상학파(法相學派)에서는 5위 100법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75법이든 84법이든 또는 100법이든 기본은 모두 5온·12처·18계에 두고 있다. 다만 교학의 발달에 따라 좀더 자세히 분류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는 자칫 불교교리를 번쇄하게 만든 흠이 없지 않다. 아비달마 교학이 갖는 최대의 장점이자 약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삼세실유(三世實有) 법체항유(法體恒有)

현상계의 일체법에 대한 분류를 불교학에서는 실체론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같은 법의 실체는 과연 실유(實有)하는가 아니면 공(空)한 것인가 하는데 대한 해명이 요구되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부파마다 입장이 약간씩 다르다. 유부(구사론)의 학설은 이에대해 전통적으로 제법(5위 75법)은 삼세에 걸쳐 불멸항유(不滅恒有)한다고 주장한다.이를 '삼세실유(三世實有) 법체항유(法體恒有)'라고 한다. 삼세(三世)란 시간을 말하는 것으로 그것은 과거에서부터 미래에 걸쳐 무한하게 실재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과거·현재·미래에 걸쳐 실재하는 것은 법체(法體)가 불멸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예를 들면 시간이란 거대한 콘베어벨트가 무한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그 위에 법체라는 것이 걸쳐 있기 때문에 인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뒤집어서 말하면 법체가 항유하기 때문에 삼세(시간)가 실유하다는 이론이 성립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법체가 삼세에 걸쳐 실재한다면 불교교리의 기본이 되는 제행무상·제법무아와 배치된다는 것이다. 일체법은 한 순간도 동일한 상태로 있지 못하는 것이 그 실상이다. 그러므로 무아의 원리에서 볼 때 삼세실유(三世實有) 법체항유(法體恒有)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부에서는 일체유위법이 생주이멸(生住異滅)의 과정을 거치면서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변화'로써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일체법의 실체가 삼세에 걸쳐 없어지지 않는다면 과거니 현재니 미래니 하는 구분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유부에서는 일체법이 아직 작용하지 않은 것을 미래라 하고 이미 작용한 것을 과거라 하며, 작용을 하고 있는 상태를 현재라고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삼세는 다름이 있지만 법체는 다름이 없으므로 일체법이 삼세에 걸쳐 항상할지라도 삼세의 구별은 엄연하게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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