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입문 교리

3-1 불타의 본질

소리없는 아우성 2012. 12. 13. 10:14

불타의 본질



석가모니 부처님의 입멸을 계기로 하여 제자와 재가신자들 사이에서 부처님은 자기들에게 무엇이었던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추모와 존숭의 생각이 생겨났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같은 생각은 부처님을 신격화·신성화하는 것으로 발전했으며 한 걸음 나아가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것을 오랜 과거세 동안 선근공덕을 축적해 온 결과라고 믿게 됐다. 또한 80세로 열반에 든 것도 하나의 방편이며, 부처님은 불생불멸하여 영원하다는 생각도 나타났다. 이와 같은 생각은 부처님은 누구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에 대한 견해의 변화를 뜻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불교학자들은 불신(佛身)에 관한 여러 가지 문제를 '불타관(佛陀觀)' 또는 '불신론(佛身論)'이라고 불러왔다. 불신론은 기독교신학의 '그리스도론'에 대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조를 점차 신격화시키는 점에서 기독교와 불교는 흥미 있는 대조를 나타내고 있다. 기독교의 경우 예수 그리스도의 출현이 일회적(역사적)이었음을 강조하는데 비해 불교에서는 부처님의 특수성·역사성이 점점 약해지고 있으며 그 본질을 보편적인 절대자로 환원시킴과 동시에 그 체험은 모든 사람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부처님의 칭호


생전에 부처님은 스스로 '각자(覺者)'이며 제자들에 있어서는 '교사'였다는 것을 자인했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스스로를 타타가타(如來)라고 불렀다고 하나 진위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주위의 사람들은 부처님을 여래라고 생각하고 대사문(마하사마나)으로 불렀다. 직접 만나서는 바가바트(世尊)라고 불렀다. 또 세인으로부터는 샤카무니(석가족의 성자)라고 불렸음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바라문 등 제자 이외의 사람들은 부처님을 고타마(瞿曇) 또는 사문 고타마라고 불렀다. 그밖에 옛날의 시에는 샤카(석가족의 사람)·샤카푸타(석가족의 아들)·대선(大仙)·자이나(勝者)·마하비라(大雄)등의 이름으로도 불렀다. 부처님은 부르는 또 다른 이름 아라하트(아라한)는 도덕이 높고 수행을 완성한 자는 당연히 세상의 존경을 받고 공양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세간의 상식에서 생긴 칭호다.

한편 '붓다(佛陀)'라는 말은 교주에 대해서 쓸 때에는 부처님의 깨달음을 절대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삼붓다(正覺者)라는 칭호를 썼으며 여기서 덧붙여 '바르게'라는 부사를 써서 삼먁삼붓다(等正覺·正遍智)로 불렀다. 특히 그 위에 '무상(아뇩사라)'이라고 하는 최상급의 형용사를 붙이기도 했다.(無上正等覺 ; 阿 多羅三 三佛陀. 그 깨달음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또는 타타가타에 대해서도 교리적인 해석이 붙어졌으며 그밖에도 '일체지(一切智)'등 부처님의 특성을 나타내는 칭호도 덧붙여졌다. 이같은 칭호의 가장 주된 것들은 나중에 '여래10호'라는 이름으로 정리되었다.

여래 10호



여래 10호란 ①여래(如來:진리의 체험자) ②응공(應供:아란한) ③정변지(正遍智:정등각자) ④명행족(明行足:지와 행을 겸비한자) ⑤선서(善逝:행복을 얻은 사람. 불교도를 인도에서는 간혹 Sauhata라고 불렀다.) ⑥세간해(世間解:세간의 모든 일을 잘 아는 자) ⑦무상사(無上士:최상의 인간) ⑧조어장부(調御丈夫:사람들의 잘못된 생각을 조복 제어하는 사람) ⑨천인사(天人師:신들과 인간의 교사, 인간과 하늘의 큰 스승) ⑩불·세존(佛·世尊:깨달은 사람·세상에서 존경받는 분)을 말한다. 최후의 불·세존을 나누어서 11호라고 하나 여래의 10호는 여래의 별명을 의미하므로 응공 이하의 수만 세어 10이 된다. 굳이 10을 쓰는 것은 10이 원만수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래10호는 따로따로 떼어서도 부르지만《법화경》서품에 보이듯 '이 때 부처님이 있었으니 일월광명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 세존이라고 불렀다'라고 부처님의 이름 뒤에 모두 다 붙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는 최초의 3가지 칭호인 '여래·응공·정변지' 또는 '여래·응공·정등각'으로 하고 있다.
이상의 호칭에서 한가지 공통된 점은 부처님을 부르는 별칭은 당시 종교가들에 대해 널리 쓰였던 존칭이 많고 전혀 신격화된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마하비라는 자이나교에서도 사용하는 존칭이며 사문○○도 당시 수행자에게 붙였던 이름이다. 여래10호에서도 이 점은 마찬가지다. 이는 다시 말해 초기의 제자들이나 그밖의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을 인간의 성자, 교사로 인식했을 뿐 신이나 절대자로 파악하지 않았음을 뜻하는 것이다. 뒤에 이르러 불교도들이 불이나 여래라는 이름에 신격화, 절대화된 의미를 담은 것은 교리발달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다.

여래10호 가운데 교리발달과 더불어 의미가 달라진 대표적 칭호로는 '응공*應供)'이 있다. 응공은 아라하트의 역어로써 그 어의는 '∼할 가치 있는'의 뜻이다. 한문으로 번역할 때 '응(應)'자로 표현하고 있다. 사람들의 존경과 공양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뒤에 대승불교가 흥기하면서 아라한은 소승의 수행자가 도달하는 최고위를 뜻하는 말이 되었다. 그리고 이 경지에 이른 사람은 흔히 아라한 또는 나한이라고 불렀다. 이 때의 아라한은 불·세존과 동의로서가 아니라 대승보다 못한 소승의 위계를 지칭한다.아라한이라는 용어가 불이나 여래보다 하위개념으로 쓰이게 된 것은 부처님의 깨달음을 신비화, 이상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다. 다시말해 제자들의 깨달음과 부처님만의 그것과는 무엇인가 다르며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초기경전에 보면 제자와 스승의 깨달음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었고 호칭에 있어서도 똑같이 아라한이라고 했던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깨달음은 부처님만이 특수하게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중생이 가능하다는 보편성이 불교의 원리이고 이는 이론이나 관념이 아닌 실제로서의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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