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사이트 / 성철스님 법어집 / 장경각 / 불기 2536.4.
중론에서 중도를 나타내는 논리로 이제(二諦)와 더불어 자주 거론되는 것이 또한 팔불중도(八不中道)입니다. 이 팔불중도설과 관련하여 먼저 길장스님이 해석한 팔불의 대의(大意)를 해명하고, 그 다음 이에 의거하여 삼론종에서 주장하는 세제중도(世諦中道)·진제중도(眞諦中道)·이제합명중도(二諦合明中道)의 삼종중도(三種中道)에 대하여 간단히 언급하겠습니다.
팔불(八不)는 중론의 초품(初品)에 등장하는 게송으로, 곧 불생불멸(不生不滅)·불상부단(不常不斷)·불일불이(不一不異)·불래불거(不來不去)를 말합니다. 이것은 생멸(生滅), 단상(斷常) 등 어느 한 쪽에 집착하지 않음을 나타내어 불교의 중도를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팔불은 곧 중도이며 중도는 곧 팔불입니다.
중도라는 것을 말로 표현하려면 무궁무진하여 다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간략하게 밝히자면 속제중도(俗諦中道)·진제중도(眞諦中道)·이제합명중도(二諦合明中道)의 세 가지에 일체중도가 총망라되어 있습니다. 속제중도는 흔히 불생불멸(不生不滅)로 표현되는데, 이것은 세제(世諦)에 있어서의 중도를 말하며, 진제중도는 비불생비불멸(非不生非不滅)로 표시되는데, 이것은 진제(眞諦)에서 말하는 중도입니다.
팔불(八不)은 앞에서 거론한 바와같이 단순히 중도를 표방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중도불성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즉 팔불사상은 중도를 의미하며 이것이 또한 불성(佛性)을 이룬다는 것입니다. 중도 사상은 중도에만 머물지 않고 불교인의 이상적 목표이자 인류의 지극한 선(善)의 상징인 불성까지 갖춘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말한 바와 같이 삼론종에서 불교를 논의할 때, 중(中)이라는 것을 떠나서는 불교가 성립될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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