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백일법문

[스크랩] 백일법문 [제3장 중관사상] 2. 삼론종 (3) 삼종중도

소리없는 아우성 2012. 12. 10. 08:47
(3) 삼종중도

 

세존사이트 / 성철스님 법어집 / 장경각 / 불기 2536.4.

 

중론에서 중도를 나타내는 논리로 이제(二諦)와 더불어 자주 거론되는 것이 또한 팔불중도(八不中道)입니다. 이 팔불중도설과 관련하여 먼저 길장스님이 해석한 팔불의 대의(大意)를 해명하고, 그 다음 이에 의거하여 삼론종에서 주장하는 세제중도(世諦中道)·진제중도(眞諦中道)·이제합명중도(二諦合明中道)의 삼종중도(三種中道)에 대하여 간단히 언급하겠습니다.
삼종중도는 삼론종에서 모든 중도설을 총괄하여 이 세 종류로 분류한 것인데, 이 삼종중도가 원래는 팔불설에 의거하여 삼론종에서 성립된 것입니다. 

여덟 가지 부정은 모든 부처님의 중심이요, 뭇 성인들의 행하는 곳이니라. 
八不者는 諸佛之中心이요 衆聖之行處也니라. [大乘玄論 ; 大正藏 45 p.25상]

팔불(八不)는 중론의 초품(初品)에 등장하는 게송으로, 곧 불생불멸(不生不滅)·불상부단(不常不斷)·불일불이(不一不異)·불래불거(不來不去)를 말합니다. 이것은 생멸(生滅), 단상(斷常) 등 어느 한 쪽에 집착하지 않음을 나타내어 불교의 중도를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팔불은 곧 중도이며 중도는 곧 팔불입니다. 

중도는 비록 또한 무궁화나, 간략히 세 가지를 밝히면 곧 일체를 망라하느니라. 그러므로 이 게송에 의하여 세 가지 중도를 변론하여 총체적으로 부처님의 일체 가르침을 펴느니라.
中道雖復無窮이나 略明三種則該羅一切니라 故就此偈하여 辨於三中하여 總伸佛一切敎하니라. [中論疏 ; 大正藏 42 p.11상]

중도라는 것을 말로 표현하려면 무궁무진하여 다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간략하게 밝히자면 속제중도(俗諦中道)·진제중도(眞諦中道)·이제합명중도(二諦合明中道)의 세 가지에 일체중도가 총망라되어 있습니다. 속제중도는 흔히 불생불멸(不生不滅)로 표현되는데, 이것은 세제(世諦)에 있어서의 중도를 말하며, 진제중도는 비불생비불멸(非不生非不滅)로 표시되는데, 이것은 진제(眞諦)에서 말하는 중도입니다. 

이제합명중도는 비생멸비불생멸(非生滅非不生滅)로 표현되는데, 이것은 위의 속제중도와 진제중도를 융합하여 중도를 나타낸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 세 가지 중도는 또한 중론의 팔불게에 기초하여 삼론종의 학승들에 의해 성립된 이론이므로 일체 불교의 가르침이 기본적으로는 이 팔불게를 벗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삼론종은 팔불중도에 근거하여 일체의 중도사상을 포괄하는 삼종중도(三種中道)를 성립한 것이니, 이것은 중도의 삼론학적 해석인 것입니다. 

여덟 가지 부정은 바로 중도이고 불성이니라. 
八不는 卽是中道佛性也니라. [中論疏 ; 大正藏 p.9하]

팔불(八不)은 앞에서 거론한 바와같이 단순히 중도를 표방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중도불성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즉 팔불사상은 중도를 의미하며 이것이 또한 불성(佛性)을 이룬다는 것입니다. 중도 사상은 중도에만 머물지 않고 불교인의 이상적 목표이자 인류의 지극한 선(善)의 상징인 불성까지 갖춘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말한 바와 같이 삼론종에서 불교를 논의할 때, 중(中)이라는 것을 떠나서는 불교가 성립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삼론종에서는 일체 불교가 중(中)에서 파생됐고 중에 총섭(總攝)되어 있으므로 불교를 알려면 중을 알아야지 중(中)을 모르고서는 불교를 바로 알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삼론종에 국한될 뿐만 아니라 모든 불교의 각 종파가 주장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즉 중은 어느 종파를 막론하고 불교교리의 근본 골자가 안 될래야 안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삼론종에서 중이라고 말하기는 했어도 은연중 공견(空見)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삼론종은 용수보살의 종론의 뜻을 제대로 다 알지는 못했다고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즉 화엄종이나 천태종과 같이 원융하고 무애한 사상이 결핍되어 있다고 비난을 받는 것입니다.


                                                     

출처 : 고전 취미 붙이기
글쓴이 : 無爲修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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