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입문 교리

8-5 깨달음과 구원

소리없는 아우성 2012. 12. 13. 11:18

깨달음과 구원


여래장사상에 대해서는 또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중생이 모두가 여래장이라는 것, 또는 '일체중생 실유불성(一切衆生 悉有佛性)'이라는 것에 대해 범부는 물론 소승의 수행을 완성한 자들도 이해가 안 되고 있으며 대승의 보살들에 의해 그 일단이 알려졌음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모두들 다만 부처님, 여래만을 알고 있을 뿐 자신이 여래라는 생각이 없음이 도처에 보인다는 사실이다.

여래장사상은 경의 설법으로 말하면 비유도 섞여 있어서 유식설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멋대로 해석한다면 쉽사리 오해로 끌려갈 위험이 있다. 이를테면 본성이 있다고 하면 여래장이나 불성을 어떤 실체적인 것으로 생각하게되는 것이다. 같은 위험은 아뢰야식설에도 물론 있다. 그래서 경전은 그것을 '나'로 오해하는 자가 많으므로 소승수행자들에게는 설법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은가. 그것에 대해서 범부나 이승(二乘)은 '오직 여래의 가르침을 믿으라'고 설법하고 있다. 중생이 부처님과 같다고 하는 것은 부처님이 말하는 것이며 그것은 부처님의 자비가 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화엄경》에 유명한 '미진함천(微塵含天)'의 비유가 있는데 거기에서 여래는 중생속에 여래의 지혜가 낱낱이 들어있는 것을 보고 '신기하도다. 신기하도다. 덕상(德相)을 구비한 것이 나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믿음이라는 것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를테면 불교에로 입문했다고, 그것만으로 깨달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믿음(信)의 힘으로 신행이 발전되어 간다는 것이 불교의 정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배후에 있는 여래의 힘, 여래의 자비를 강조할 때 자연적으로 여래에의 절대적 믿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여래의 절대성과 거기에 대한 귀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또한 여래장사상의 커다란 특색이다. 이런 점에서 여래장사상은 《아미타경》등의 정토신앙과 나란히 《법화경》의 일승(一乘)상상까지도 이어받은. 즉 대승불교의 정계(正系)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중국으로 들어가 더욱 발전하고 한국불교에서는 그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

이와 비교해 볼 때 인도불교는 믿음에 절대성을 두는 사상체계가 주류였던 것 같지는 않다. 이것은 부처님이 설법한 최초의 불교에서 깨달음 또는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실천수행이 첫째로 요구되고 여기에 출가수행자의 목표가 있었던 때문이다. 인도 불교의 주류는 어디까지나 출가수행자이며 그들에 의한 수행의 불교였다.
대승은 출발점부터 수행자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재가자를 위한 길이었으므로 수행보다는 믿음, 깨달음보다는 부처님의 자비에 의한 구제가 그 주안이었다. 만인의 구제는 부처님의 자비(자비의 집약적인 모습은 本願이다)와 그 대행자로 보살의 이타행을 제외하고는 있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대승은 믿음의 불교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것인데 마침내 그런 지도자격인 보살의 본연의 자세로써 실천수행의 중요성이 인식되고 차차 다시 출가수행자라는 엘리트 종교로서의 성격을 강화해 갔던 것이다. 그 전형적인 현상이 아비달마 교리를 부활·도입·재해석한 유가행파의 유식설이다. 이 학파는 이름 그대로 유가행의 불교다. 이에 대응한 중관파의 불교는 특유의 독자적인 수행체계는 갖지 않고 있으나 중도(空觀)체득을 위한 엄격한 수행을 요구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승불교의 이러한 전문화는 아무래도 대승불교가 본래 지향하고 있던 재가성(在家性), 즉 부처님을 찬양하고 받드는 믿음의 종교를 별개의 형태로 보충하려는 필요성과 요구를 낳았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밀교(密敎)다. 밀교는 모든 현상을 여래의 3밀(身·口·意의 3業)로 돌아가는 철저한 부처님 입장에서의 종교다. 밀교를 구제의 종교 또는 믿음의 종교라는 일방적으로 단정할 것은 아니지만 그 저류는 여래장사상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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