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공부방(2)

보왕삼매론 공부를 시작하며...

소리없는 아우성 2012. 12. 4. 12:22

『보왕삼매론』은
일상에서 우리가 쉽게 맞닥뜨릴 수 있는
온갖 경계에 대해,
또한 수행 중에 나타날 수 있는
장애와 걸림, 마장에 대해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밝은 지혜를 줍니다.

어려운 문자가 아니기에
많은 불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고,
어떤 사찰에서는
아침 저녁 예불 때에 늘상 독송을 함으로써
온갖 경계를 닦아가는데 경책의 글귀로 삼기도 합니다.

살다보면 온갖 경계와 장애 속에서
누구나 괴로워하며 답답해 하고
그 경계에 빠져 헤어날 줄을 몰라 하기도 합니다.

삶은 그야말로
순경(順境)과 역경(逆境)의 한도 끝도 없는 반복입니다.
이 세상 그 누구라도
순경과 역경이란 두 가지 경계에 휘둘리며
행복과 불행을 오고가는 것이 우리네 중생의 일상일 것입니다.

인생은 그만두고라도 하루에도 수십번 아니 수백번씩
순경과 역경, 행복과 불행, 즐거움과 괴로움, 들뜸과 가라앉음...
숯한 순역의 경계 속을 오고가며 살아갈 뿐입니다.

그렇듯 우린 외부의 경계, 또한 내면의 경계에 휘둘리며
경계의 종이 되어 살아갑니다.
자신의 삶을 자기 자신이 주인되지 못하고
경계에 그대로 노예가 되어 이끌리며 살아갈 뿐입니다.
그러니 삶이 힘겹고 괴로운 것입니다.

불교란 온갖 안팎에서 오는 순역의 경계들을
내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당당하게 맞서 이겨내고 녹여내도록 하여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가르침입니다.

보왕삼매론의 가르침은 얼핏보면
역경을 이겨내는 가르침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 가르침은 순역의 경계를 둘로 보지 않고
그 두 가지 경계를 모두 놓아버릴 수 있도록 일깨우는
중도(中道)의 가르침입니다.

물론 그 방편으로 역경을 오히려 순경처럼
그대로 다 받아들일 수 있도록 주문하고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역경과 순경이 둘이 아님을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순경과 역경이 교차하지 않는 인생은 없습니다.
행복만 있고 불행이 없다던가
괴롭기만 하고 즐거움이 없는 인생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니 어느 한가지 경계만 있다면
그것은 이미 순역, 행과 불행으로 나눌 수 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이렇듯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경계에
그대로 휘둘리는 이를 중생이라 하는 것이며,
내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그 어떤 경계라도 잘 다스리고 녹여갈 수 있는 이가 수행자일 것입니다.

이 보왕삼매론의 가르침에서
우린 그 어떤 역경이라도 한마음 돌이킴으로써
오히려 순경이 될 수 있도록 바꾸는 지혜를 배워 갈 것입니다.
역경이 괴롭다고 버리고자 할 것도 아니며,
순경이 즐겁다고 잡고자 할 일도 아님을 알게 될 것입니다.

역경과 순경이라고 생각하는 양 극단의 분별심만 놓아버리면
역경도 순경도 나를 이끄는 부처님의 손길이 될 것입니다.
우리 수행의 밝은 재료가 될 것입니다.
나아가 본래 순역이 따로 없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설하게 될 보왕삼매론은
중국 원나라 말기부터 명나라 초기에 걸쳐
염불수행으로써 중생을 교화하셨던 묘협스님의 글중 한 부분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묘협스님께서 지으신
『보왕삼매염불직지(寶王三昧念佛直指)』 총 22편 중
제17편 「십대애행(十大礙行: 열 가지 큰 장애가 되는 행)」에
나오는 구절을 가려 뽑아 엮은 글입니다.

저자인 묘협스님은 모든 불교의 수행법을 닦아보고는
‘염불수행이야말로 가장 쉽게 삼매에 이를 수 있는 수행법’이라고 확신하고는
염불삼매를 백천만 가지 삼매 중에서 가장 보배롭고 으뜸되는 것이라 하여
‘보왕삼매’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또한 제17편 「십대애행」은 묘협스님께서
수행삼매를 닦음에 있어 방해되는 열 가지 큰 장애를
여러 불경에 의지하여 정립해 놓은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접하고 있는 보왕삼매론은 이 가운데에서도
‘열 가지 큰 장애를 대처하는 열 가지 불구행(不求行: 구하지 말아야 할행)과
그 장애가 없을 때 자라나는 내면적 허물을
뽑아 엮어 놓은 것이라고 합니다.(이상 법공양 2545, 1월호 참조)

앞으로 공부하게 될 보왕삼매론의 가르침은
특히 생활 속에서 수행하고자 하는 생활수행자들에게 있어
그 어떤 공부보다 더욱 생생하고 값진 공부가 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들이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온갖 경계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병(病), 곤란, 공부, 수행,
일, 친구, 교만, 베품, 욕심, 억울함 등 우리의 일상과
가장 밀접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장애야말로
우리 생활수행인들의 수행에 있어
가장 생생하며 밀접하고 절실한 공부재료가 될 것입니다.

보왕삼매론의 공부를 해 나가며
뜻을 이해하고 이론을 밝히는 데에서 나아가
각각의 경계를 지혜롭게 이해하여
경계에 걸리지 않고 밝게 닦아갈 수 있는
수행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공부가 계속되면서
우리의 수행도 무르익어질 수 있길 바랍니다.

이 공부의 결과
그 어떤 경계에서도
우리 모든 도반들의 일상이
여여(如如)해 질 수 있길 발원합니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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