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공부방(1)

법(法)

소리없는 아우성 2012. 12. 4. 12:11

법(法)
문맥에 맞는 의미 구분해야 오역 피해

S:dharma, P:dhamma, T:chos, E:dharma,
Cs: 달마(達摩, 達磨)ㆍ타마(馱摩, 陀摩)ㆍ달모(達謨)ㆍ담마(曇摩)ㆍ담무(曇無)ㆍ담(曇).


불교한문에 있어서 ‘법(法)’이라는 술어만큼 폭넓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예컨대 ‘법문(法門)’, ‘선법(善法)’, ‘유법(有法)’이라고 할 때, 같은 ‘법(法)’자임에도 그 의미하는 바가 확연히 다르다. 여기에 불교교학 상 한자가 갖는 의미들을 제대로 파악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5세기경 붓다고사(Buddhaghosa)는 빨리어 dhamma에 대해 성전(聖典), 교설(敎說 또는 원인), 속성(屬性), 대상(對象) 4가지로 그 의미를 설명했다. 이를 참고한 가이거(W. Geiger)는 법칙(法則), 교법(敎法), 진리(眞理), 대상(對象) 4가지로 의미를 크게 나누고, 다시 이것들을 60여 가지로 세분했다. 논서들에서는 일반적으로 법에 대해 두 부분으로 설명하는데, 곧 자체의 본성을 간직해 변화하지 않는다[任持自性]는 의미와, 법도나 법칙으로서 대상에 대한 이해를 낳게 한다[軌生物解]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네 가지나 두 가지의 분류방식은 넓고 좁음의 차이만 있을 뿐, 상반되지는 않는다.

허신(許愼, 30~124)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의거해 한자 자체의 의미를 살펴보자면 법(法)의 원래 글자는 ‘灋(법)’으로서, 곧 수(水), 치(廌), 거(去) 세 글자가 합쳐진 것이다. 여기서 물[水]은 공평함과 스스로 깨끗함을, 해태[廌]는 시비와 선악을 가리고 정의를 실현함을, 감[去]은 악을 제거함을 각각 의미한다. 따라서 법이란 글자는 물처럼 공평하고 깨끗하게 정의를 확실히 구현해냄을 말한다. 이러한 의미에 기초해 불교경전의 역자들은 ‘dhamma’ 또는 ‘dharma’라는 술어에 대해 심사숙고 끝에 ‘法(법)’이라는 글자를 택한 것이다.

어원상으로 살펴볼 때, 법(法)의 해당 산스끄리뜨인 dharma는 어근 √dr.에서 변화된 명사로서, 근본적으로 ‘가지다’, ‘지지하다’, ‘유지하다’의 의미를 갖는다. ≪구사론≫, ≪불지경론≫, ≪성유식론≫ 등에서 “자상을 유지하기 때문에 법이다”고 정의한 것도 이것에 연유한다. 여기서는 이 기본의미와 확대된 의미들을 4가지로 정리해보겠다.

(1)법칙, 이치, 진실

첫째,법(法)은 세상을 움직이는 법칙이나 이치, 진실 등을 의미한다. 고따마 싯닷타가 깨달은 것이 무엇이냐고 할 때 그 깨달음의 핵심을 이루는 것, 곧 연기(緣起)가 법인 것이다. 흔히 말하는 ‘법신여래(法身如來)’, ‘법우(法雨)’, ‘법열(法悅)’, ‘법사(法師)’라고 할 때 사용되는 의미가 바로 이것으로서, 한자 자체의 의미와도 상통한다 할 수 있다. 경론에서 찾아본다면, ≪중아함경≫ 7권에서 “연기(緣起)를 본다면 법을 볼 것이고, 법을 본다면 연기를 볼 것이다”고 한 것 등이 있다.

 

(2)석가모니붓다의 가르침

둘째,법(法)은 석가모니 붓다가 말한 교시(敎示)나 그것을 모아서 만든 성전(聖典)을 의미한다. 붓다가 자리(自利)에 만족하지 않고 이타(利他)를 위해, 하화중생(下化衆生)을 위해 깨달은 바를 구체적으로 가르쳐 준 것으로서, 삼보(三寶) 가운데 하나인 법보(法寶)를 말한다. ≪중아함경≫ 1권에서 “비구가 법을 안다란 무슨 말인가? 비구는 수뜨라, 응송, 기별, 가타, 인연, 비유, 본기, 자설, 자따까, 광해, 미증유법, 논의를 아는데, 이것이 비구가 법을 안다고 하는 것이다”고 한 것, ≪대지도론≫ 22권에서 “법에는 2가지가 있다. 첫째는 붓다가 말씀하신 3장과 12부경과 8만4천법문을 모은 것이다. 둘째는 붓다가 말씀하신 법의(法義)로서, 지계ㆍ선정ㆍ반야ㆍ8성도ㆍ해탈과ㆍ열반 등이다”고 한 것 등이 있다.

(3)지각되는 모든 대상

셋째,법(法)은 일체 만법을 아우르는 유형ㆍ무형의 모든 대상(對象)을 의미한다. 색(色), 심(心), 선(善), 불선(不善), 무기(無記), 유루(有漏), 무루(無漏) 등 일체의 모든 대상들이 이것에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법처(法處)’, ‘법무아(法無我)’, ‘법공관(法空觀)’ 등을 말할 때 사용되는 의미이다. 이러한 의미의 법에 대해 아비달마불교에서는 5위75법으로, 유식학에서는 5위100법으로 분류했다. ≪대승입능가경≫ 5권에서 “일체법이란 이른바 선법, 불선법, 유위법, 무위법, 세간법, 출세간법, 유루법, 무루법, 유집수법, 무집수법이다”고 한 것, ≪대지도론≫ 11권에서 “일체법에 대해 말하겠다. 식(識)의 소연인 법이 일체법이다. …(중략)… 또 지(智)의 소연인 법이 일체법이다”고 한 것 등이 있다.

(4)속성(성질)

넷째, 법(法)에는 인명(因明)에서 사용되는 속성(屬性)의 의미가 있다. 곧 주장문[宗]ㆍ이유문[因]ㆍ예시문[喩] 가운데 주장문의 빈사(賓辭)를 ‘법(法)’이라 하고, 이때 주사(主辭)는 ‘유법(有法)’이라 한다. 빈사에 의해 주사가 가지고 있는 성질이 표시되고 규정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모든 개는 동물이다”는 정언명제에서, 주사인 ‘모든 개’는 빈사인 ‘동물’에 의해 그 성질이 나타나는 것과 같다. ≪인명입정리론소≫ 2권에서 “법은 차별(差別)이고, 자성(自性)은 유법(有法)이라고 모두 인정한다”고 한 것 등이 있다.

여기서는 ‘法’의 해당 원어인 dharma가 갖는 의미들을 살펴보았는데, 이것은 여러 원어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에 지나지 않다. 사실 bhāva, artha, dravya, vastu 등도 그 경우에 따라 ‘法’으로 한역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의 설명은 dharma에 이러한 다양한 의미가 있음을 밝힌 것일 뿐이고, 나아가 ‘法’자가 dharma의 한역어로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같이 알아야 한다.

김영석/불교저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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