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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불교의 키워드는 보살이며, 그것은 보살의 ‘실천’에 근거한다. 오늘 살펴볼 바라밀(波羅蜜)도 그러한 실천을 강조하는 술어의 하나이다. 난해하고 고리타분한 교리탐구보다 현실적 필요성과 시급성이 요구되는 중생들의 문제를 해결코자 하는 것이 대승의 기치이기 때문이다. ‘바라밀’ 표기 자체는 사실 국적불명이다. 이것에 상응하는 산스끄리뜨 ‘pāramitā’는 ‘빠라미따’에 가깝게 표기되지만, 중국역경가들이 ‘波羅蜜’이나 ‘波羅蜜多’로 음사한 이래 우리말 음가에 따라 지금까지 ‘바라밀’로 표기하는 것이 일반화돼버렸기 때문이다. ‘완성’ 의미 빠라미따(pāramitā)는 어원적 분석에 따라 ‘저 언덕’을 의미하는 ‘pāram’과 과거를 나타내는 접미사 ‘ita’가 합쳐졌다는 풀이도 있고, 한편으론 ‘뛰어난’ ‘최상의’를 의미하는 ‘parama’에 기인한다는 풀이도 있다. 첫 번째 풀이는 ‘pāra-m +i +tā’로 분석하는 것으로서, ‘저 언덕’을 의미하는 빠라(pāra)의 단수 목적격 빠람(pāra-m)에 ‘도달하다’ ‘있다’의 의미를 갖는 동사 ‘i’, 그리고 접미사 ‘t’를 붙인 형용사 pāram-i-t에서 다시 t 대신 상태를 나타내는 접미사 tā로 대신했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에 따르면 빠라미따는 ‘저 언덕에 도달한 상태’ 또는 ‘종료’ 등의 의미를 갖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자로 의역해 ‘도피안(到彼岸)’이라 하는데, 이 역어는 ‘pāra-gata’ ‘pārami-gata’ 등에도 상응한다. 이외에도 ‘도무극(度無極)’으로 의역하는데, 이는 무제한적으로 유정을 제도(濟度)하는 것을 의미한다. 곧 전자는 직역, 후자는 대승의 보살사상과 관련된 역어라 할 수 있는데, 이것들은 불교교학상 ‘바라밀’이 갖는 의미로 보기에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 있다. 그래서 근래에는 두 번째 풀이를 보다 선호한다. 곧 빠알리 빠라미(pāramī)가 ‘최상의’ ‘종극의’ 의미인 형용사 빠라마(parama)를 여성명사로 변화시킨 뒤 이 명사가 합성어 말미에 있을 때는 어말의 ī를 단음으로 하고, 그것에 접미사 tā를 추가해 ‘pārami +tā’의 형태를 사용한다고 풀이한 것이다. 이런 분석에 따른 의미는 ‘성취’ ‘최상’ ‘완성’ ‘완벽’ 등이 된다. 주로 반야계 경전에 많이 언급되고 있는 6바라밀과 비교해 보더라도 이러한 ‘완성’의 의미가 문맥에 보다 적당해 보인다. 또 앞의 설명처럼 자신이 저 언덕에 도달하는 것이나 유정을 제도하는 것도 결국은 발원해 추구하는 바를 성취하는 것이고 완성하는 것이기에 그것들도 ‘완성’의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이라 하겠다. 이처럼 완성의 의미를 갖은 ‘도달함’에 대해 《미륵보살소문경》8권(T26-266a26)에서는 완료와 미완의 의미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모든 붓다와 여래가 저 언덕에 도달한 것을 바라밀이라 하고, 초지보살이 궁극적으로 저 언덕에 도달할 것이기 때문에 바라밀이라 하며, 모든 보살이 저 언덕으로 가는 것을 궁극적으로 얻을 것이기 때문에 바라밀이라 한다”고 설명한다. 또 양나라 때 한역한《섭대승론석》9권(T31-216b30)에서는 도피안(到彼岸)의 의미를 3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곧 ①수습해야하는 실천에 따라 완전해서 남음이 없는 것, ②여러 지류들이 바다로 귀결돼 끝마침 되는 것처럼 진여(眞如)에 들어가는 것, ③등급이 없는 결과[無等果]를 얻는 것이다. 이는 보살이 수습해야하는 실천, 들어가야 하는 이치, 얻어야하는 결과가 모두 절대이고 완전하기 때문에 바라밀이라 한다는 설명이다. 6바라밀로 생활 속의 불교를 바라밀이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의 바라밀로 자리 잡게 되는 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것은 보시(布施)·지계(持戒)·인욕(忍辱)·정진(精進)·선정(禪靜)·반야(般若) 6가지 바라밀, 곧 6바라밀이다. 이것들은 비록 초기 경전인 《아함》에서도 언급되지만 그 진가를 발휘하는 곳은 반야부 경전에서 대승 보살이 실천수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으로 강조되는 경우이다. 이와 같이 보살사상과 만남으로 그 실천적 영향력이 강조되었지만 지금의 현실과 견주어볼 때 그것이 얼마만큼 정통성을 잇고 있는지, 청정함을 유지하고 있는지 자성과 검증이 항상 요구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 《해심밀경》4권(T16-705a11)에 따르면 6바라밀 가운데 보시·지계·인욕 3가지 바라밀은 계학(戒學)을 높이는 데에, 선정바라밀은 정학(定學)을 높이는 데에, 반야바라밀은 혜학(慧學)을 높이는 데에 포함되며, 정진바라밀은 3학 모두에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6바라밀은 8정도와 비교해 볼 때 그것의 특징을 짐작해 볼 수 있다. 8정도와 6바라밀은 각각 계·정·혜 3학으로 정리되기에 서로가 같은 내용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8정도는 정견(正見)과 정사유(正思惟)로 시작하고 6바라밀은 보시와 지계로 시작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곧 전자는 바른 이해와 앎을 통한 수행을 강조하고, 후자는 보시를 필두로 생활 속에서 수행이 이루어지게 하고 있다. 이런 점이 바로 재가자에게 6바라밀이 8정도보다 친근하게 여겨지는 한 부분이다. 따라서 6바라밀로 보살행을 내세운 대승불교는 출가자 위주의 불교가 아닌 재가자 위주의 불교, 생활 속의 불교를 지향점으로 한다고 말한다. 반면 중도(中道)의 가르침인 8정도는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예비법문 성격의 6바라밀이 앞서기도 한다. 이외에도 바라밀에는 열반에 갖추어진 4가지 훌륭한 성질로서의 상(常)·락(樂)·아(我)·정(淨) 4바라밀이 있는데, 이는 《승만경》《관보현보살행법경》등에서 말하고 있다. 또 10바라밀은 6바라밀을 얻는 데에 도움이 되는 방편(方便)·원(願)·력(力)·지(智)의 4가지 바라밀을 추가한 것으로, 《화엄경》《금광명최승왕경》등에서 언급하고 있다. 곧 방편바라밀은 보시·지계·인욕 3가지 바라밀에, 원바라밀은 정진바라밀에, 력바라밀은 선정바라밀에, 지바라밀은 반야바라밀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김영석/불교저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