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 《사십이장경》
시대를 초월해 현대인들의 마음에 가장 절실하고 간절하게 다가오는 경전 중의 하나가 바로 《법구경(法句經)》이다.
원래 《법구경》은 범어로 담마파타, 즉 '진리의 말씀'이란 이름을 갔고 있다. 원전은 팔리어 5니카야의 하나인 소부(小部) 경전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법구경》은 모두 26장으로 나누고 그 게송은 장장 423수의 시를 옮긴 팔리어 본과 팔리어 원전의 26장을 500수의 시로 번역하고 여기에 13장 250수의 게송을 추보하고 있는 것이 한역 《법구경》이다.
《법구경》의 두드러진 특색은 시의 형식을 빈 잠언,지혜의 말씀이라는 점이다.
이 게송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다 간결한 노래의 형식을 빌어, 입에서 입으로 전하고자 했던 원시교단 구성원들의 노작이다. 《법구경》의 성립시기는 대개 기원전 4세기 내외로 추정한다.
그렇지만《법구경》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보다 이전에 이루어 졌으리라고 짐작되는 내용도 있다.
이 경전의 가장 큰 특징은 어떤교리상의 문제나 계율적인 쟁점이 아니라,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결국 《법구경》의 요지는 '어떻게 믿어야 하는가.'와'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이 두 가지 문제로 귀결된다. 특히 출가수행자나 재가신도를 막론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드는일의 근본은 바로 자신으 마음을 닦는 일, 그래서 모든 욕망과 집착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에서 비롯된다는 사실과, 그러기 위해선 스스로 밝은 지혜를 얻어야만 한다는 《법구경》의 말씀들은, 왜 가장 널이 읽히는 대중적인 경전으로 자리잡고 있는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될 것이다.
《법구경》만큼 옛부터 불교도들에게 애송된 경전도 드물고, 또 오늘날까지도 널리 읽히는 경전은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불교에 대해 깊은 이해가 없는 사람들까지도 《법구경》만은 별다른 저항감 없이 접한다는 사실은, 바로 《법구경》만이 가진 깊은 지혜의 보편성 때문일 것이다.
흔히 8만4천의 법문이라하여 그 방대함을 뜻하는 부처의 가르침, 그 모든 경전의 요지를 단 한 권의 책으로 명료하게 정리해 놓은 경전이 바로 《사십이장경》이다. 이 경은 중국 불교사에서 가장 최초로 세워졌다는 절,백마사(白馬寺)에서 초역되었다고 전한다. 이런 이야기로 미루어 볼 때,《사십이장경》이 중국불교나 한문 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십이장경》은 다른 대승경전들과는 그 형식에서 조금 차이가 난다.그것은 서분, 정종분,유통분등의 정형화된 형식으로 편찬되어 있지 않고, 이름 그대로 42개의 각 장(章)으로 나누어져 알기 쉬운 비유를 들어 불법의 요지를 설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항상 바쁜 일상속에 마음의 여유가 없는 현대인들에겐, 가까이 하기 쉬운 경전일 것이다.
《사십이장경》의 중심사상은 욕망과 집착을 끊어야 편안함-열반에 이른다는 가르침이다. 다시 말하면,인생이란 태어나는 일부터가 괴로움의 시작이란 고제(苦諦)에서부터 집 . 멸. 도의 사성제(四聖제)야말로 참된 행복으로 향하는 길임을 누누히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사십이장경》이 지닌 또 다른 미덕의 하나는, 이런 교리적인 문제가 쉽고도 친절한 비유를 통해 아주 쉽게 설해지고 있다는 점을 들지 않을수 없다. 각 장마다 평범한 인간들이 깨달음의 길로 나아갈 때 필연적으로 부딧치는 문제들, 애욕과 분노와 탐욕, 모든 생활에서 끓임없이 사람들을 갉아먹는 자잘한 번뇌마저도 명쾌한 논리와 예화를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사십이장경》은 소승적인 개인의 수행을 통해 궁극에는 드넓은 대승의 바다로 나아가는 길을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