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사이트 / 성철스님 법어집 / 장경각 / 불기 2536.4.
지금까지 모든 법에 대하여 말로 했지마는, 실제로는 말(言語)도 여의고 앎음알이(知解)도 끊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말과 지해((言解)가 분명히 서야 합니다. 말을 떠났다(離言)고 하여 말 못하고 벙어리모양 입을 꽉 다물고 있으면 이것도 죽은 송장이요,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하여 말로 표현될 줄 알면 그것은 외도(外道)입니다. 결국 말을 떠난 언설(言說)이고 언설이 말을 떠난 것임을 확실히 자각해야 됩니다. 차정이라는 것은 쌍차 편에서 말하는 것이요, 표덕은 쌍조면에서 말하는 것입니다.
'정을 막는다(遮情)고 하는 것'은 부정을 한다는 말입니다. 즉 연기가 있는 것이냐고 물을 때, 아니라고 부정으로 답하는 것입니다. 연기법은 그 자성이 공(空)하기 때문에 연기가 있느냐고 물으면, 자성이 없어서 모든 것이 다 공하니 아무리 연기가 있다 해도 유(有)가 아닌 것입니다. 그러면 없는 것인가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오랜 겁 이전부터 언제든지 연기법은 존재해 왔으므로 무(無)가 아닙니다. 다시 말하자면 위의 두 문답은 서로 부정을 하면서 서로 성립이 되어 없다는 것은 있다는 말이 되고, 있다는 것은 없다는 말이 되어버립니다. 연기가 아무리 있다 해도 자성이 공하기 때문에 없는 것이고, 없다고 하지만 연기는 분명히 있으므로 또한 잇는 것입니다. 그러자 다시 말하자면 위의 두 문답은 서로 부정을 하면서 서로 성립이 되어 없다는 것은 있다는 말이 되고, 있다는 것은 없다는 말이 되어버립니다. 연기가 아무리 있다 해도 자성이 공하기 때문에 없는 것이고, 없다고 하지만 연기는 분명히 있으므로 또한 있는 것입니다. 그러자 다시 묻기를, 있기도 하고 또한 없기도 하느냐고 하는데, 이말은 있으면서도 없고 없으면서도 있느냐라는 뜻으로 이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공(空)과 유(有)가 서로 원융해서 둘이 아니고 하나이기 때문에 있다 없다라는 말은 거기에 붙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연기법은 공과 유가 한 가지로 동등해서 색즉시공 공즉시색이기 때문에 어찌 있다 없다로 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역유역무(亦有亦無)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만약 역유역무가 아니라면 유도 아니고 무도 아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다시 묻기를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가(非有非無)묻자, 그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으로서 색공(色空)이 분명히 있어 양쪽이 모두 존재함을 장애하지 않아 서로 쌍조(雙照)가 되어 양편이 다 존재하기 때문에 비유비무도 아닌 것입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에서, 색즉시공이라 할 때는 색이 없어 공만 있는 것 같고, 공즉시색이라 할 때는 공이 없이 색만 있는 것 같지만, 공과 유를 서로 빼앗아서 공과 색이 둘이 아니면서 또한 동시에 성립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부정만 하는 것을 차정(遮情)이라 하는데, 얼핏 보면 부정만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내용 전체가 긍정에 통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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