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공부방(1)

불교는 종교인가!

소리없는 아우성 2012. 12. 3. 10:30

불교는 종교인가!

불교는 종교(宗敎)다. 그러나 불교는 Religion은 아니다.
기독교는 Religion이다. 그러나 기독교는 종교는 아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면서도 그 정의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우리말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종교라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우선 종교의 개념부터 짚어보면, 종(宗)이라는 한자는 마루 종자로서 파자(破字)하면 건물 속의 제단을 표시한다. 즉 영묘를 의미하며 조상의 혈통과 가문을 근본으로 삼는다하여 종이란 말은 "근본, 으뜸"등을 의미한다.

종(宗)이란 글자가 불교 특히, 선종(禪宗)의 용어로 사용하게 된 것은 중국의 송대(宋代), 구나발드라(CE377-431) 라는 역승 (譯僧)이 능가경이란 경(經)을 번역하면서 인도의 산스크리트 어(語)로 된 Siddhanta란 단어를 실단(悉壇)으로 소리 옮김 하면서, 협주(夾註)에 종(宗)이라고 해석하면서 부터이다.

Siddhanta란 단어는 "완성"을 의미하는 Siddha와 "극치"를 의미하는 Anta의 합성어로 "완성의 극치"를 의미한다. 따라서 종(宗)은 근본 진리를 체험으로, 완전히 깨달아 도달하는 궁극적인 지고의 경지를 말한다.

그리고 교(敎)란 오직 체험을 통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도록, 달(진리)을 가리키는 손가락(방편)으로써, 언어나 문자를 사용하여 표현한 것을 말한다.
따라서 교란 "말할 수 없는 것, 즉 지고의 경지에 대해,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써, 결국 종교란 "궁극적 완성에 이르는 가르침"이며, 그것을 이룩한 위대하고 거룩한 대영웅을 우러러 경배하고, 그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믿고 실천하는 공동체라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Religion은 그 어원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으나, 그 중, 후대에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지지를 얻어낸, 기독교의 호교 학자 락탄시우스(AD250-325)는 religere가 religio로 전화되었다고 주장한 바, re는 "다시 한 번" 그리고 ligere는 "연결, 결합하다"는 의미로써 religio는 "또 다시 결합하다. 다시 연결하다"라는 뜻으로 해석하였다.

즉, 원래 신(神)과 연결되어 있던 인간이 일단 신으로 부터 일탈되었는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다시 연결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Religion은 "신(神)과 인간과의 재결합"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오늘날 종교라는 말은 객관적인 개념으로 널리 일반화되어 쓰인다.
그것은 일본이 1869년 독일과 수호통상 조약을 체결할 때, Religion이란 단어를 불교의 종교라는 단어를 차용해 번역해 버림으로써 일반화되게 되었으며, 더욱이 해방 이후, 미국의 정치, 문화, 군사, 경제적 권력과 함께 들어온 한국 기독교의 눈부신(?) 발전과 더불어, 종교의 의미도 자연 기독교적 정의로 고착되게 된 것이다.

한편 근세에 이르러, 불교가 본격적으로 유럽으로 유입되자, 전 세계의 역사와 종교를 섭렵했던, 세기의 역사 학자이며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아놀드 토인비는 불교를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 신 (神)을 세우지도 않은, 더욱이 비폭력, 무저항주의를 표방한 종교가 어떻게 세계적 종교가 될 수 있었는가.

20세기 최고의 이벤트는 불교라는 종교가 서구에 유입된 것이며, 단언컨데 인류를 구원할 수있는 유일한 종교는 오직 불교뿐이다"라고 맞아 죽을(?) 각오로 기염을 토해냈다.

아인슈타인 역시, 불교를 접하고 " 과학 없는 종교, 종교 없는 과학은 한쪽 바퀴 없는 마차와 같으며,불교만이 과학과 병립할 수 있는 유일한 고등 종교이다. 내 일생에서 불교를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행운 중의 하나이다" 라고 말했다.

또한 T.S 엘리엇은 불교는 인류 역사상 모든 위대한 서구의 철학자들을 유치원생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한탄한다. 따라서 그동안 종교의 본질을 신(神)으로 규정했던 일부 학자들은 모든 종교에 대한 어떤 공통적이고 본질적인 요소를 “성(聖)서러운 것(das heilige)"으로 재규정하게 되었다.

엘리아데는 종교를 “세속의 공간 속으로 침투한 聖스러운 사건...”이라 했으며. 특히, 프랑스의 사회학자 뒤르껭(1858-1917)과 독일의 루돌프 오토는, 종교를 “성(聖)스러운 것에 대한 신념과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공동사회”라고 정의하면서 “불교는 비록 신(神)을 세우지는 않지만, 성스러운 진리(사성제(四聖諦); 고통과 그 고통의 원인, 그리고 고통의 소멸과 그 고통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진리)와 거기서 생겨난 행사와 공동 사회가 있기 때문에, 위대한 종교임에 틀림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들 학자들은 종교를 정의하면서 신(神)으로 부터는 해방되었으나, 불교의 진면목을 파악해내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던 것이다. 불교는 바로 그 성(聖)스러움마저도 거부한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그 성스러움으로부터도 해방되고 또한, 그 해방으로부터도 해방되어 참으로, 위대한 대자유인이 되고자하는 공동체이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Here and Now!)

불교는 종교인가, 철학인가.
달라이 라마님은 불교는 불쌍(?)하다. 시민권도 영주권도 없다. 종교학자들은 불교를 철학이라 하고, 철학자들은 불교를 종교라 한다.

그러나 불교에는 엄연히 교주(샤카무니)가 있고 교주의 가르침(경전)이 있으며, 경전을 배우고 가르치는 수행자(승려)들, 신자들의 정기적 집회 장소인 사원, 그리고 잘 정돈된 의식 절차, 승려와 수행자들의 실천수행 방법인 좌선과 명상, 해탈이라는 구원, 그리고 Next life 라는 내세가 있어, 종교적 요건을 모두 갖춘 세계적인 고등 종교임을 천명하셨다.

그리고 스리랑카의 세계적 석학이며. 스님이신 월폴라 라훌라 박사는 이렇게 우회적으로 멋진 답을 주신다.

“굳이, 장미의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그 향기마저 바뀌는 것은 아니다”

 

=홍사성의 불교사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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