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밝히는 글

다 놓고 어떻게 사나?

소리없는 아우성 2012. 12. 13. 11:28

 

 

 

다 놓고 어떻게 사나?

 

불교를 공부하면서 생기기 쉬운,
또 자칫하면 잘못 빠지기 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불교를 '공사상'이라고 하고, '무아'라고 하고,
방하착 하라고 하니까
사람들은 또 거기에 잘못 빠져서
그 말들에 집착을 하기 쉽습니다.

본래는 텅 빈 것이고 없는 것이니
다 놓아버리라고 하면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고,
돈도 벌지 말고, 의지도 갖지 말고,
수행도 하지 말고, 아무런 의욕도 없이 살라는 의미라고
잘못 이해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그것은 불교의 본질이 아닙니다.

불교에서 놓아버리라고 하는 이유는
그것이 집착할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며,
언제까지고 항상하는 것도 아니요,
고정된 실체인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놓아버리는 것은
다시 말하면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라는 말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붙잡고 살게 되면
지금 이 순간을 100% 살 수 없어요.
붙잡고 있는 것들이 너무 무겁고 버거워서
거기에 신경을 쓰느라 '지금 여기'라는 생생한 삶의 현장을
놓치게 되는 것입니다.

과거를 붙잡고, 미래를 붙잡느라
지금 이 순간을 놓치기 쉽고,
돈을 붙잡고, 명예를 붙잡고, 소유물들을 붙잡느라
지금 이 순간을 순수하게 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완전히 놓게 되면
그 때 비로소 지금 이 순간을 순수하게 즐기며
온전히 살아가게 되는 지혜가 주어집니다.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살 뿐
다른 일들을 버겁게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이지요.
붙잡은 것이 없으니까
오직 지금 이 순간을 그냥 순수하게 살기만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금강경에서는
'응무소주 이생기심'이라는 말을 했어요.
마땅히 마음을 내되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도 내지 않고,
의지도 일으키지 않고, 삶을 생생하게 살지도 말라는 말이 아니라
마땅히 모든 마음을 내고 살되,
거기에 머물러 집착하지 말고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돈도 벌고, 사랑도 하고, 수행도 하고,
열심히 열심히 모든 것을 행하되,
거기에 집착하지 말고 행하라는 말이
'놓으라' '방하착하라'는 말의 본 의미인 것입니다.

놓고서 어떻게 행하냐고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놓고 행해야지만
지금 이 순간을 100% 순수하게 살아나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놓고 가는 것이야말로
우리 삶의 길을 자유롭게 만들며,
걸림 없게 만들어 줍니다.

<법상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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