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과 비난
마성스님 지음
부처님께서 '칭찬과 비난'에 관해서 직접 언급한 경전이 있다.
팔리 삼장의 -범망경(梵網經, Brahmajala Sutta)-은 이 주제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때 부처님께서 5백명 가량의 제자들로 이루어진 커다란 제자 승단과 함께 라자가하와 날란다 사이에 있는 큰길을 지나고 있었다.
이때 방랑 종교인 수피야와 브라흐마닷타라는 청년 제자도 함께 라자가하와 날란다 사이에 있는 큰길을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방랑 종교인 수피야는 여러 가지로 붓다를 헐뜯고, 법을 헐뜯고, 승단을 헐뜯었다.
이에 반해 그 제자인 브라흐마닷타는 여러 가지로 붓다를 찬미하고, 법을 찬미하고, 승단을 찬미하였다.
이러한 외도의 스승과 제자간의 대화를 듣게 되었던 비구들은 그 자세한 자초지종을 부처님께 그대로 전했다.
비구들의 보고를 다 듣고 난 뒤,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비구들이여, 다른 사람들이 나를 헐뜯고, 법을 헐뜯고, 승단을 헐뜯는다고 하더라도, 그때 너희들에게는 적대감이 있어서도 안 되고, 불평이 있어서도 안 되고, 마음에 불쾌감이 있어서도 안 된다.
비구들이여, 다른 사람들이 나를 헐뜯고, 법을 헐뜯고, 승단을 헐뜯는다고 하여, 그때 만약 너희들이 뜻을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면, 그것은 너희들에게 장애가 된다.
비구들이여, 다른 사람들이 나를 헐뜯고, 법을 헐뜯고, 승단을 헐뜯는다고 하여, 그때 만약 너희들이 뜻을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면, 실로 너희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잘되었는지 잘못되었는지를 바로 알 수 있겠느냐?"
"못하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이여, 다른 사람들이 나를 헐뜯고, 법을 헐뜯고, 승단을 헐뜯는다면, 그때 너희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해주기만 하면 된다.
즉 '이러한 이유로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것은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 이러한 것은 없다.
이것은 우리에게서 볼 수 없는 것이다' 라고 해명해 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비구들이여! 다른 사람들이 나를 찬미하고, 법을 찬미하고, 승단을 찬미하더라도, 그때 너희는 기뻐해서도 안 되고, 안심해서도 안 되고 ,마음으로 고양되어서도 안 된다.
비구들이여, 다른 사람들이 나를 찬미하고, 법을 찬미하고, 승단을 찬미한다고 하여, 그때 만약 너희들이 기뻐하거나 안심하거나 고양된다면, 그것은 너희들에게 장애가 된다.
비구들이여, 다른 사람들이 나를 찬미하고 법을 찬미하고 승단을 찬미한다면, 그때 너희들은 사실을 사실이라고 구체적으로 인정해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즉 '이러한 이유로 이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것은 그렇다.
이것은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이다' 라고 인정해주면 되는 것이다."
이 경전에서 부처님께서는 칭찬을 받았다고 우쭐해서도 안 되며, 비난을 받았다고 화를 내거나 의기소침해서도 안 된다고 제자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특히 비난을 받았을 때 흥분하여 이성을 잃으면, 사실을 정확히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냉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다음 사실의 진실을 그대로 정확히 전달해 주라고 타이르고 있다.
부처님은 당시의 불합리한 제도와 잘못된 믿음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부처님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기득권을 갖고 있던 바라문들의 반발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초기경전 도처에 부처님을 비방하는 대목과 대론을 요청한 일이 수없이 많이 있다.
어떤 경우는 터무니없이 부처님을 곤경으로 몰아넣기 위한 모함도 여러 차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자야망갈라 가타>(승리와 길상의 노래)에 나오는 다음의 대목이다.
"찐짜라는 외도의 여인이 자신의 배에 바가지를 넣고 사문 고따마의 자식을 임신했다고 많은 대중 앞에서 고발 비난했을 때, 부처님께서는 고요히 침묵으로 그녀를 조복 승리하였다."
부처님의 인격에 흠집을 내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이다.
그러나 부처님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침묵으로 그녀을 항복시켰던 것이다.
부처님은 기회 있을 때마다 제자들에게 비난과 칭찬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씀했다.
-숫타니파타-에 남아 있는 두 게송은 이에 관한 가르침이다.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않으며,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않고,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남에게 이끌리지 않고 남을 이끄는 사람,
현자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제213게-
"남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거나 욕을 하더라도
수영장에 서 있는 기둥처럼 태연하고,
애욕을 떠나 모든 감관(感官)을 잘 가라앉힌 사람,
현자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제214게-
강이나 연못 등 사람들이 목욕을 하는 곳에 네모나 팔모의 기둥이 있어, 그 기둥에 대고 몸을 문지르며 씻는다.
이 기둥은 귀한 사람이 오거나 천한 사람이 오거나 조금도 우쭐거리지도 않고 비굴하지도 않는다.
그와 같이 모름지기 수행자는 칭찬과 비난에 태연하고 담담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사실 열렬한 지지자는 열렬한 반대자가 되기 쉽다.
지나치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사람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나중에 입에 침이 마르도록 비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칭찬에 우쭐해서도 안 되고, 지나친 비난에 침울해서도 안 된다.
자신의 말과 행동이 진실이라면 시간이 지나면 모두 밝혀지게 된다.
그때가 되면 잘못된 오해는 풀리고 재평가 받게 된다.
칭찬과 비난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사람은 소인배들이다.
참다운 수행자는 악의에 찬 비난에는 인욕으로써 욕됨을 참는다.
어떤 사람은 그것이 분명히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다.
당장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용기 있는 사람은 비록 지금 당장은 비난받는 일일지라도 그것이 진실이거나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그 잘못을 지적한다.
불합리한 제도나 정책에 묵묵부답 침묵하는 것은 비겁한 사람이다.
칭찬과 비난에 구애받지 않고, 진실을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고, 거짓을 거짓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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