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초심학인문 소개
고려 중기에 지눌(知訥)스님이 조계산에서 수선사(修禪社)를 만들고 새로운 선풍(禪風)을 일으켰을 때, 처음 불문에 들어온 사람과 수선사의 기강을 위해서 이 책을 저술 하였다.
이 책은 불교의 수행의범(修行儀範) 인 율문(律文) 에 규정되어 있는 내용 중 핵심이 되는 부분만을 추린 뒤 우리나라의 사원생활에 맞게 구성하였다. 내용은 크게 세부분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초심자를 경계한 것으로서 가장 많이 비중을 두었다. 처음 불문에 들어온 사람은 나쁜 사람을 멀리하고 착한 친구만 가까이 해야하며, 오계. 십계등을 받아서 지키되, 범하고 열고 막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 등, 마음가짐, 몸가짐, 말하는 법, 어른 섬기는 법, 예불하고 참회하는 법, 심지어는 세수하고 밥 먹는 법에 이르기가지 승려생활의 요점을 밝혔다.
둘째는 일반 승려를 경계하고 있다. 승려들이 대화. 토론. 대인관계. 출행(出行). 공양(供養) 때에 갖추어야 할 주의사항 등, 흔히 저질러 지고 있는 잘못들과 사원생활의 화합과 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를 경계하였다.
셋째는 선방에서 수행하는 자들을 경계한 것이다. 교학(敎學). 수면. 청법(請法) . 정진 . 발원(發願) 등 잘 지켜지지 않는 율법 몇 가지와 선을 닦는 사람이 경전이나 스승에 대해서 어떠한 마음 가짐을 가져야 하는가를 밝히고 있다.
또 이책은 1397년 태조의 명을 받아 전국 사원의 청규(淸規) 로 시행하게 됨에 따라 불교 교과목의 필수과목으로 채택 되었으며, 승려는 물론 일반 신도까지 배워야 할 기본서가 되었다.
한글본
처음 마음 일으킨 이들은 이 글로써 스스로 경계할지니.
무릇 처음 발심(發心)한 사람은 모름지기 나쁜 벗을 멀리하고 어질고도 착한 이를 가까이하며 오계와 십계 등을 받아서 지키고(持)) 범하는(犯) 일과 열고(開) 닫는(遮) 일을 잘 알아야 한다.
단지 부처님이 말씀하신 성스러운 말에 의지할 뿐, 용렬한 무리들의 망령된 이야기는 따르지 말라.
이미 출가하여 청정한 대중으로 참여하여 자리하였으면 항상 온화하게 잘 따를 것을 생각할 뿐, 자만하여 스스로를 높이 여기지 말라.
큰 사람을 형으로 삼고 작은 사람을 아우로 삼을 것이며, 만일 다툼이 있다면 양 쪽의 말을 모두 들어 화합시킴에 단지 자비로운 마음으로써 서로를 대하게 하여야지 나쁜 말로써 사람을 다치게 해서는 안된다.
만약 같은 도반을 속이고 업신여기며 옳고 그름을 따져 말한다면 이와 같은 출가는 아무 이익도 없을 것이다.
재물과 여색으로 인한 재앙은 독을 품은 뱀보다도 심하니 자신을 돌아보고 그름을 알아서 항상 멀리해야 할 것이다.
인연되는 일이 없으면 다른 사람의 방이나 처소에 들어가지 말 것이며, 은밀한 곳에 있을 때는 억지로 남의 일을 알려고 하지 말 것이며, 여섯 째 날이 아니면 속옷을 세탁하지 말 것이며, 낯 씻고 양치질할 때는 높은 소리로 침을 뱉지 말 것이며, 이익되는 일을 하는 자리에서는 당돌하게 순서를 넘어서지 말 것이며, 지나다닐 때에는 옷깃을 열어 젖히거나 팔을 흔들지 말 것이며, 얘기를 할 때에는 높은 소리로 희롱하거나 웃지 말 것이며, 요긴한 일이 아니면 문 밖을 나서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병든 사람을 보면 모름지기 자비로운 마음으로 간호해야 하며, 손님을 보면 모름지기 기쁜 마음으로 맞아 들어야 하며, 윗 어른을 만나면 모름지기 엄숙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길을 비켜 드려야 하며, 수도에 필요한 기물들을 갖춤에 있어서는 모름지기 검약하면서도 족함을 알아야 한다.
공양을 할 때는 (음식을) 마시거나 먹을 때 소리를 내지 말고 (음식을) 집거나 놓을 때 반드시 조심스레 정갈히 해야 하며, 얼굴을 쳐들어 사방을 둘러보지 말아야 하고 (음식이) 좋거나 거칠다 하여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말아야 하며, 모름지기 침묵하여 얘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 잡된 생각을 막아야 할 것이다.
모름지기 음식을 받아먹는 것은 단지 육체가 수척해지는 것을 예방하여 도업(道業)을 이루기 위함인 것을 알아서 《반야심경》을 생각하고 삼륜(三輪)의 청정함을 직관하여 도업을 위해 쓰이는 일임 을 어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열심히 수행할 때는 모름지기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행함에 스스로 게으름 을 꾸짖으며 대중이 행하는 절차를 앎으로써 번잡하거나 어지럽지 말아야 할 것이다.
찬불하고 축원할 때는 모름지기 글을 외우며 그 뜻을 직관하되 단지 소리만을 따라해서도 안 될 것이고 음절이 고르지 않아도 안될 것이며, 우러러 부처님의 존안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되 다른 경계로 인연을 이어가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모름지기 자신이 지닌 죄의 업장(業障)이 마치 산과 바다와 같음을 알아야 하며 이참(理懺)과 사참(事懺)으로 (그 업장을) 녹여 없앨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절을 하고 절을 받는 것이 모두 참된 품성을 좇아 인연이 일어난 것임을 깊이 직관하고, 그로 인한 감응이 헛되지 않음이 마치 그림자나 메아리가 뒤따르는 것 같음을 깊이 믿어야 할 것이다.
중의 처소에 거처할 때는 모름지기 서로 양보하여 다투지 말고 서로 도우며 보호해야 할 것이다.
승부를 다투어 논쟁하는 일을 삼가야 하며, 무리지어 모여서 한가한 얘기하는 일을 삼가야 하며, 다른 이의 신을 잘못 신는 일을 삼가야 하며, 앉고 누움에 순서를 뛰어넘는 일을 삼가야 한다.
손님을 대하여 얘기할 때는 집안의 좋지 못한 일을 들추지 말고 단지 경내의 불사(佛事)를 칭찬해야 할 것이며, 곳간에 이르러 잡다한 일들을 보고 들음으로써 스스로 의혹을 내지 말아야 한다.
요긴한 일이 아니면 대처(大處)로 나가 노닐며 세속과 더불어 왕래함으로써 그들로 하여 금 미워하고 시기하게하여 자신의 수도하는 뜻을 잃게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만일 요긴한 일이 있어 나들이를 하게 되면 주지 스님과 대중을 관리하는 자에게 아뢰어 거는 곳을 알게 해야 하며, 만약 속가에 들어가게 되면 반드시 바른 생각을 견지하여 삼가 색(色)을 보거나 소리(聲)를 듣지 말고 삿된 마음은 쓸어 내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하물며 옷깃을 열어 젖히고 희롱하여 웃으며 잡된 일들을 어지러이 얘기한다거나 때가 아님에도 술 마시고 음식을 먹으며 망령되게 거리낌없는 행위를 하여 깊이 부처님의 계율을 어기겠는가?
또한 어질고 착한 사람들이 혐오하고 의심하는 지경에 이른다면 어찌 지혜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선방(社堂)에 머물 때는 사미(沙彌)와 함께 다니는 일을 삼가야 하며, 인사치례하며 분주히 다니는 일을 삼가야 하며, 다른 사람의 좋거나 나쁜 점을 보는 일을 삼가야 하며, 문자를 탐구하는 일을 삼가야 하며, 지나치게 잠자는 일을 삼가야 하며, 산란스럽게 인연을 이어가는 일을 삼가야 한다.
만약 으뜸되는 스승께서 자리에 올라 법을 설하게 되면 법에 있어 아득히 여기는 생각(懸崖想)을 지음으로써 물러서고자 하는 마음(退屈心)을 생기게 한다거나 혹은 매번 들은 것이라 여기는 생각(慣聞想)을 지음으로써 쉽게 여기는 마음(容易心)이 생기게 하는 일은 결단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응당 모름지기 비워놓은 마음으로 그것을 들으면 반드시 기회(機)를 피울 때가 있을 것이 니, 말이나 배우는 자들을 따라서 단지 입으로 분별하는 것을 취하지는 말아야 한다.
소위 [독사가 물을 마시면 독을 만들고 소가 물을 마시면 젖을 만들며, 지혜로운 자의 배움은 깨달음(菩提)을 이루고 어리석은 자의 배움은 생사(生死)를 이룬다] 하였으니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또한 법을 주재하는 사람을 가벼이 여기는 생각(輕薄想)을 내지 말 것이니, 그로 인하여 도에 장애가 있으면 능히 나아가 수행하지 못할 것이므로 결단코 이를 삼가야 할 것이다.
《논》에 이르기를 [만일 어떤 사람이 밤에 길을 가는데 죄인이 횃불을 들고 길에 나옴에 만약 그 사람이 밉다하여 불빛을 받지 않는다면 구덩이에 빠져 떨어져 버릴 것이다] 하였으니, 법을 들을 때에는 마치 엷은 얼음을 밟듯이 하여 반드시 귀와 눈을 기울여 현묘한 법음(法音)을 듣고 본성의 티끌을 깨끗이하여 그윽한 이치를 맛볼 것이며, 거처에 돌아온 후에는 조용히 앉아 그것을 직관하되 만일 의심나는 바가 있으면 먼저 깨우친 이들에게 널리 물어서 저녁때까지 삼가 생각하고 아침에 다시 물어 실 한 올이나 머리털 하나라도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아야 바른 믿음을 낼 수 있으며 도를 가슴에 품은 자가 아니겠는가.
비롯함이 없이 익혀온 애욕과 성냄 그리고 어리석음은 의지의 바탕에 솜 얽히듯 하여 잠시 숨어들었다가 다시 일어나기를 마치 하루거리 학질과 도 같이 하니, 일체의 시간 중에 곧장 수행을 도울 수 있는 방편과 지혜의 힘을 사용하여 간절히 스스로를 보호해 야 할 것인데, 어찌 한가하고 게을리 근거 없는 얘기로 노닥거리며 아까운 나날을 헛되이 보내고도 마음의 종지(宗旨)를 바람으로써 나갈 길을 구하고자 할 수 있는가.
단지 의지와 절개를 굳건히 하여 그릇되고 게으른 것은 몸소 책망하고 옳지 않은 것을 깨달아 착한 것으로 옮겨가며 조심스레 후회되는 바를 고쳐 가야 한다.
부지런히 수행하면 곧바로 바라보는 힘을 점차 깊어지게 될 것이며, 단련하고 또 연마하면 행하는 문이 점차 깨끗해 질 것이다.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길게 일으키면 도업(道業)이 항상 새롭게 느껴질 것이고, 경사스럽고 행복하다는 마음을 항상 품으면 끝까지 물러나지 않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오래도록 하면 자연히 정혜(定慧)가 원만하게 밝아져 스스로의 심성(心性)을 보게 될 것이며, 실재하지 않는 자비와 지혜를 이용하여 중생들을 제도함으로써 사람과 하늘 가운데 커다란 복밭(福田)을 일구게 되는 것이니, 오로지 이에 힘 쓸 것이로다.
한문본
《誡初心學人文》夫初心之人, 須遠離惡友, 親近賢善, 受五戒 十戒等, 善知持犯開遮. 但依金口聖言, 莫順庸流妄說. 旣已出家, 陪淸衆, 常念柔和善順, 不得我慢貢高. 大者爲兄, 小者爲弟, 有諍者, 兩說和合, 但以慈心相向, 不得惡語傷人. 若也欺凌同伴, 論說是非, 如此出家, 全無利益. 財色之禍, 甚於毒蛇, 省己知非, 常須遠離. 無緣事則不得入他房院; 當屛處, 不得强知他事; 非六日, 不得洗浣內衣; 臨 漱, 不得高聲涕唾; 行益次, 不得 突越序; 經行次, 不得開襟掉臂; 言談次, 不得高聲戱笑; 非要事, 不得出於門外. 有病人, 須慈心守護; 見賓客, 須欣然迎接; 逢尊長, 須肅恭廻避; 辦道具, 須儉約知足. 齋食時, 飮 不得作聲, 執放要須安詳, 不得擧顔顧視, 不得欣厭精序, 須默無言說, 須防護雜念. 須知受食, 但療形枯, 爲成道業, 須念《般若心經》, 觀三輪淸淨, 不違道用. 赴焚修, 須早暮勤行, 自責懈怠, 知衆行次, 不得雜亂. 讚唄祝願, 須誦文觀義, 不得但隨音聲, 不得韻曲不調, 瞻敬尊顔, 不得攀緣異境. 須知自身罪障, 猶如山海, 須知理懺 事懺, 可以消除. 深觀能禮 所禮, 皆從眞性緣起, 深信感應不虛, 影響相從. 居衆寮, 須相讓不爭, 須互相扶護. 愼諍論勝負, 愼聚頭閒話, 愼誤着他鞋, 愼坐臥越次. 對客言談, 不得揚於家醜, 但讚院門佛事; 不得詣庫房, 見聞雜事, 自生疑惑. 非要事, 不得遊州獵縣, 與俗交通, 令他憎嫉, 失自道情. 有要事出行, 告住持人及管衆者, 令知去處; 若入俗家, 切須堅持正念, 愼勿見色聞聲, 流蕩邪心. 又 披襟戱笑, 亂說雜事, 非時酒食, 妄作無碍之行, 深乖佛戒? 又處賢善人嫌疑之間, 豈爲有智慧人也? 住社堂, 愼沙彌同行, 愼人事往還, 愼見他好惡, 愼貪求文字, 愼睡眠過度, 愼散亂攀緣. 若遇宗師陞座說法, 切不得於法, 作懸崖想, 生退屈心, 或作慣聞想, 生容易心. 當須虛懷聞之, 必有機發之時, 不得隨學語者, 但取口辨. 所謂[蛇飮水成毒, 牛飮水成乳; 智學成菩提, 愚學成生死], 是也. 又不得於主法人, 生輕薄想, 因之於道有障, 不能進修, 切須愼之.《論》云: [如人夜行, 罪人執 當路, 若以人惡故, 不受光明, 墮坑落塹去矣.] 聞法之次, 如履薄氷, 必須側耳目而聽玄音, 肅情塵而賞幽致, 下堂後, 默坐觀之, 如有所疑, 博問先覺, 夕 朝詢, 不濫絲髮. 如是乃可能生正信, 以道爲懷者歟. 無始習熟, 愛欲喪癡, 纏綿意地, 暫伏還起, 如隔日栖, 一切時中, 直須用加行方便 智慧之力, 痛自遮護, 豈可閒 , 遊談無根, 虛喪天日, 欲冀心宗而求出路哉. 但堅志節, 責躬匪懈, 知非遷善, 改悔調柔. 勤修而觀力轉深, 鍊磨而行門益淨. 長起難遭之想, 道業恒新, 常懷慶幸之心, 終不退轉. 如是久久, 自然定慧圓明, 見自心性, 用如幻悲智, 還度衆生, 作人天大福田, 切須勉之. <海東>沙門<牧牛子>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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