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관련 글들

수행자의 밥 먹는 법

소리없는 아우성 2012. 12. 4. 10:59

병이 없는데도
자신을 위한 더 좋은 국과 밥을 찾으면 안 되니
마땅히 배울것이니라.

이미 밥과 국을 먹고 나서
다시 또 먹기를 바라지 말지니
마땅히 배울지니라.

옆 사람의 음식과 비교된다고
불만을 일으키지 말지니
마땅히 배울지니라.

마땅히 발우(밥그릇)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지니
마땅히 배울지니라.

너무 많은 양의 음식을
한꺼번에 먹지 말지니
마땅히 배울지니라.

밥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미리부터 입을 벌려 밥을 기다리며 생각하지 말지니
마땅히 배울지니라.

밥을 입 속에 넣은 채로
말하지 말지니
마땅히 배울지니라.

[율장]

수행자는 행주좌와 어묵동정간에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수행이 된다.

위의가 갖추어 진다는 것은
앉고 서고 걷고 눕는 모든 순간 순간이
그대로 집착을 버리고
깨어있음을 실천하는 수행의 순간이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공양하는 순간 또한
빨리 공양하고 다시 수행을 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공양 그 자체가 수행의 순간이 된다.

공양하면서 많이 먹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좋고 나쁜 음식에 대한 분별을 버리며,
먹는 것에 주의를 집중하여 관찰하고,
음식을 씹는 순간에도 오직 씹는 데에 집중할 뿐
잡담을 하지 않는다.

공양이라는 것은 다만 수행할 수 있는
이 몸을 최소한으로 지탱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지,
보다 좋은 음식,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음으로써
욕심을 채우고 몸을 무겁게 하는데 목적이 있지 않다.

우리의 먹는 일상을 돌이켜 보라.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음식들이 끊임없이 뱃속으로 밀려들어간다.

마트며 가게에서는
당장 입맛에 맞는 가공되고 자극적인 음식들이 쏟아져 나온다.

특별히 병이 없더라도
몸에 좋다는 먹거리는 무조건 먹고 봐야 한다.
입맛에 맞는 음식이 생기면
다 먹지 못할지라도 냉장고에 수북이 쌓아 두고 본다.

어머님의 정성어린 손길과 사랑이 담긴 식사보다도
1분도 안 되어 뚝딱 만들어지는
인스턴트 식품을 먹는 일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끊임없이 시간에 쫒기다보니
그나마 식사시간도 최대한 아껴야 하고
허겁지겁 입 안으로 빨리 쑤셔 넣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음식을 먹을 때도
먹는데 집중하지 못하고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무슨 맛인지 어떤 음식인지 조차 알지 못한다.

옛 수행자들은 먹는 일상 하나에서 조차도
성스러움과 축복과 평안의 덕목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식사 속에서 신을 만나고,
발우공양을 하면서 마음을 관하는 수행처로 삼았다.

먹는 일상 하나가 성스러웠을 때
비로소 삶의 성스러움은 시작된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