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사이트 / 성철스님 법어집 / 장경각 / 불기 2536.4.
천태종의 교리를 조직하는 근본적인 사상적 기반은 중도실상(中道實相)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중도 실상이란 곧 공(空) · 가(假) · 중(中)의 삼제가 원융한 것을 의미하는데, 이 사상의 연원은 용수보살(龍樹菩薩)이 지은 [중론(中論)]의 삼제게(三諦偈)에 유래합니다. 만법은 여러 인연으로 인하여 발생하므로 공(空)이라 하는데, 연기하여 생한 제법(諦法)은 고정적인 유(有)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연기한 제법은 비록 공하지만 한편으로는 연기하여 존재하므로 결코 무(無)가 아닙니다. 이 뜻을 가(假)로 표현합니다. 연기법은 이렇게 한편으로 공이고 한편으로 가이므로 유와무를 떠나 중도를 이루는 중(中)이 됩니다. 천태종에서는 이 공·가·중의 삼제가 개별적으로 독립된 것이 아니고 서로 원융하다고 주장합니다. 즉 공이라 하면 가와 중이 따라가고, 가라 하면 공과 중이 따라가서 언제든지 셋이 하나고 하나가 셋이어서 삼제가 늘 상응하여 독립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실상 이렇게 보아야만 연기를 바로 보고 중도를 바로 보는 것이지, 만약 그렇지 못하고 공은 공대로, 가는 가대로, 중은 중대로 되어 버리면 편견이 되어 올바른 불법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이 삼제는 이름이 공이고 가이고 중일 뿐이지 실제로 이것을 공이라 하고 저것을 가라 하여 어느 한 가지에 집착하면 곧 어긋납니다. 이 삼제원융의 도리는 천태스님의 스승인 혜문(慧文)스님이 [중론]일 읽다가 그 깊은 뜻을 발견하여 주장하게 되었는데,이 도리를 참으로 자재하게 활용한 분이 바로 천태지자(天台智者)스님입니다.
'한 생각 마음이 일어남에 즉공 · 즉가 · 즉중이라 함'은 부사의 해탈경계에서 말하는 것이지 중생의 생멸심에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을 혼동하면 수행할 필요도 없고 성불할 필요도 없고 중도도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도라는 것은 반드시 깨달아야지 깨치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알려고 해도 알 수 없습니다. 육근(六根)이나 육진(六盡)등의 모든 것이 눈감은 사람이 볼 때는 캄캄한 암흑 뿐이지만 눈을 뜨고 보면 대광명입니다. 중도를 깨달아 삼제가 원융한 도리를 체득한 사람에게는 전체가 다 법계며 필경이며 여래장이며 중도 제일의제인 것입니다. "어찌하여 공(空)이라 하는가?" 일체만법이 인연으로부터 생하므로 주체가 없으며,주체가 없으면 나(我)와 나의 것(我所)이 없으므로 곧 무아(無我)로서 공이라는 것입니다. '합하지도 않고 흩어지지도 않는다'에서 '합하지도 않는다'함은 광명과 모양과 밝은 거울이 따로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광명 이외에 모양이 따로 있고 모양 이외에 밝은 거울이 따로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이 셋은 한 덩어리가 되어 그 한 덩어리 속에 셋이 있고 셋 속에 한 덩어리가 되어 있습니다.그래서 합하지도 않고 흩어지지도 않으며,또 합하고 흩어짐이 완연하며, 하나, 둘, 셋이 아니면서 둘, 셋이 방해롭지 아니한 것입니다. '이 한 생각 마음은 세로도 아니고 가로도 아니면서 불가사의하니 자기 마음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부처와 중생이 또한 그와 같습니다. 이런 도리는 오직 바로 깨친 사람만이 알 수 있으며, 그 이외는 천명의 석가, 만명의 달마가 나와 미래겁이 다하도록 설명을 해도 알 수가 없습니다. 굳이 설명 한다는 것은 눈먼 맹인에게 오색단청이나 광명을 이야기하는 격입니다. 화엄경에서 '마음과 부처와 중생의 셋이 차별이 없다'라는 구절을 인용한 까닭은 자기 마음을 바로 깨달으면 일체 불법을 바로 아는 동시에 공 · 가 · 중의 삼제가 원융무애한 사실을 완연히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늘 중도 이야기만 하므로 듣기가 다소 지루할지 모르지만 불교의 근본이 다 중도에 서 있느니만큼 혹 표현은 다르다 해도 중도를 제외하고는 불법이 따로 없습니다. 그러므로 중도를 바로 보는 것이 불교를 바로 보는 것이고, 중도를 바로 보지 못하면 절대로 불교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공과 유를 완전히 떠나 쌍차(雙遮)하면 거기에서 도리어 공과 유가 쌍조(雙照)되어 원융해집니다. 그렇게 되면 삼제가원융하여 하나가 곧 셋이고,셋이 곧 하나가 되어 부처의 지견을 갖추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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