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사이트 / 성철스님 법어집 / 장경각 / 불기 2536.4.
가전연경의 내용은 앞에서 본대로 매우 수준 높은 중도를 설한 귀중한 가르침입니다. 이와같은 평가는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부처님과 그 직제자들이 생존하던 시대에서도 이 가전연경이 제자들간에 자주 입에 오르내렸던 것은 물론, 소승불교를 거쳐 대승불교에서도 오직 이 경전이 언급될 정도였습니다. 이하에서 이 경전이 불교의 교학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점검해 보고 후대의 여러 경전에서 이 경전과 관련하여 언급된 부분을 인용해 봅니다.
이 경의 줄거리는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부처님이 열반하신 지 오래 되지 않은 때에 천타(闡陀)비구가 많은 비구들과 함께 녹야원(綠野苑)에 살면서 비구들에게 법을 물었으나 누구도 시원한 대답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천타비구는 '아난존자가 지금 코삼비국의 고오시타동산에 계신다. 그분은 일찍 세존을 공양하고 친히 뵈었으며 부처님이 찬탄하시는 모든 청정한 수행자들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분은 반드시 나를 위해 설법하여 나로 하여금 법을 알고 법을 보게 할 수 있을 것이다'하고 생각하고 그 밤을 지내고 코삼비로 떠나 아난존자를 찾아 뵙고 법을 알고 법을 보게 해 달라고 질문한 것입니다.
이 말씀은 부처님께서 열반하실 때에 아난존자에게 남긴 부탁의 말씀입니다. 차익(車匿)비구는 다름아닌 부처님께서 야밤에 성을 넘어 출가하실 때에 말을 몰던 마부입니다. 그런데 그는 성질이 고약하고 길들이기가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부처님 말씀을 잘 안 듣고 행동을 바로 하지 못해서 부처님께서는 그것이 걱정이셨습니다. '내가 있을 때는 그를 억제하여 데리고 지냈지만 내가 가고 난 뒤에는 누가 그를 이끌어 줄 것인가, 그를 어찌해야 하는가' 하는 심려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난존자에게 특별히 부탁해서 그의 마음이 얼마간 잡히거든 중도를 말한 가전연경을 가르치면 마침내 그도 도를 얻을 것이라고 예견하신 것입니다. 그만큼 부처님께서도 이 가전연경을 중요하게 취급하셨던 것을 우리는 잘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대비바사론(大毘婆沙論)에 나오는 것입니다. 대비바사론은 가전연이 발지론(發智論)이란 논서를 지었는데, 그 뒤 오백명의 큰 비구들이 모여서 발지론을 장황하게 해설한 것입니다. 백권이나 되는 발지론을 지은 가전연은 부처님 당시의 가전연이 아니고 이름만 같은 다른 가전연입니다. 이 논은 소승불교의 논장 가운데서도 분량이 매우 큰 농장인데 거기에 가전연경을 많이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소승불교에서도 가전연경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용수보살은 중론(中論)을 지어 삿됨을 깨뜨리고 정법을 밝혀서 부파불교시대 소승의 변견을 부수어 버리고 중도의 정견을 복구시킨 분입니다. 그 중론에 인용된 경전이라고는 오직 이 가전연경 한가지 뿐입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용수보살이 중론을 지을 때 가전연경도 의지한 것이 확실하다고 봅니다. 그만큼 용수보살도 이 가전연경을 근본불교의 골자로 삼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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