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사이트 / 성철스님 법어집 / 장경각 / 불기 2536.4.
이것은 원교의 중심사상을 유(有) · 공(空) · 역공역유(亦空亦有) · 비유비무(非有非無)의 네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 것인데, 주요 내용은 번뇌가 보리이고 무명이 법성이라는 원융한 도리를 말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네 가지로 분별하여 설하기는 하지만 그 네 가지가 각각 격리되지 않고 서로 원만하게 융화하므로 여기에서 유(有)와 공(空)등에 치우치지 않은 중도(中道)의 묘(妙)가 은연히 드러납니다.
'차례대로 지내는 것과 다르다'함은 각 부문이 서로 통하지 못하고 각각 구별되어 나누어져 있지 않고 하나하나의 부문에 나머지 세 부문이 다 구족되어 원융하다는 뜻입니다. '견사(見思)의 가(假)를 관하니'에서 견과 사는 견혹(見惑)과 사혹(思惑)을 말하는데, 견혹은 불교의 진리를 알지 못하여 생기는 후천적인 번뇌이고, 사혹은 습관적으로 사물에 대하여 애착하는 선천적인 번뇌입니다. 이 견혹과 사혹은 삼제 생사윤회의 번뇌로서, 견과 사의 가(假)란 유문(有門)에서 총칭하는 생사의 번뇌를 말합니다. 이 '견사의 가가 곧 법계'라 하는 것은 무명 이대로가 불성이라는 말과 같으니, 견(見) · 사(思) · 가(假)이대로가 불성이고 열반으로서 일체불법을 다 구족하고 있습니다. 흔히 견 · 사 · 가 이대로가 법계이고, 무명 이대로가 불성이며 중생 이대로가 부처라 하니, 그러면 우리가 공부할 것도 없고 성불할 것도 없으며 20일, 30일 앉아서 법문 듣는 것이 쓸데없지 않은가 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것은 참으로 이도의 소견에 지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무명 이대로가 법계이며 불법인 줄 알려면 실제로 법계와 불성을 장애하는 무명의 구름을 걷어내고 제거해야 합니다. 무명을 멸하기 전에는 무명 이대로가 법계이고 불법인 줄을 제대로 모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열반경에 말씀하시길 "무명이 완전히 멸하는 것을 인하여 삼먁삼보리의 등이 타오르는 것을 얻어" 정각을 이룬다고 하신 것입니다. 이것을 유문(有門)이라 하는데 유라 해도 여기에는 무도 포함되어 있고 비유비무(非有非無)와 역유역무(亦有亦無)도 포함되어 있어 나머지 세 부문이 다 따라오는 유(有)입니다.
'환화의 견과 사'에서 견과 사는 앞에서 말한 삼계생사의 번뇌인 견혹(見惑)과 사혹(思惑)을 말합니다. 그런데 견혹과 사혹은 그 본성이 실제로 공합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환화의 견사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끝내 생(生)과 멸(滅), 인(因)과 연(緣)이 없으므로 마침내 자아와 열반(涅般)이 모두 공해 버립니다. 그렇게 되면 오직 일체가 공하다는 공병(空病)만이 남는데, 이 공병이 또한 공하여 공 · 가 · 중 삼제가 모두 공해 버립니다. 앞에서 말한 유(有)는 말을 바꾸어 가(假)라 하고 여기서 말한 공(空)은 무(無)라 해도 상관없습니다. 일체만법이 유(有)라면 유(有)고 공(空)이라 하면 공(空)인데 이것이 근본적으로는 공도 아니고 유도 아니어서 언어와 생각이 다 떨어진 동시에 유라 해도 좋고 공이라 해도 좋습니다. 이것은 결국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을 표현을 달리하여 말하는 것일 뿐입니다.
부처라 해도 부처란 형상을 얻어 볼 수 없으니 무문(無門)이고, 그러면서 부처님이란 존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어서 유문(有門)입니다. 따라서 유가 즉 무고 무가 즉 유이니 역유역무문(亦有亦無門)이 됩니다. 앞에서 공과 유를 말했는데 이 공과 유는 언제든지 역유역무를 포함하는 공과 유지 역유역무를 떠나서 공과 유가 따로 없습니다.
결국 유를 바로 알게 되면 나머지 셋을 알게 되고, 무를 알게 되어도 나머지 셋을 알게 되어 하나가 곧 넷이고 넷이 곧 하나(一卽四四卽一)가 되어 전체가 원융무애하게 됩니다. 그러나 유 · 무 · 역유역무 · 비유비무의 네 문이 원융해서 하나도 막힌 데가 없다 하여 네문이 따로 없는 줄 알면 이것도 잘못입니다.네 문이 따로 있으면서 또한 원융한 곳에 우리 불법의 묘(妙)가 있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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