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prajñā, P: paññā, T: shes rab, E: prajna[insight], Cs: 般若, 波若, 般羅若, 鉢刺若, 鉢刺若, 鉢囉枳穰, 鉢羅枳孃 |
(1)반야: 완전한 지혜
불교 입문자치고 ‘반야(般若)’를 들어보지 않은 이는 드물 것이다. ‘반야사상’이라는 하나의 사조로 형성될 만큼 이 술어는 불교 교학과 수행에 있어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혜(慧)로 한역되기도 한 이 술어는 자주 들어봤음에도 이것이 담고 있는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경우에 따라 우리말 ‘지혜’로 이해하지만 단순한 지혜의 의미는 오히려 불전(佛典)을 접하는 이들에게 상당한 오해를 일으키는 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반야는 그냥 ‘반야’로
반야(般若)는 산스끄리뜨 ‘쁘라즈냐(prajñā)’, 빠알리 ‘빤냐(paññā)’에 대응되는 한자음사어이다. 어원상 prajñā는 ‘pra + √jñā’의 형태로서, 앞의 pra는 ‘앞서다’ ‘뛰어나다’를 의미하고, √jñā는 ‘알다’ ‘이해하다’를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들을 바탕으로 prajñā는 ‘지혜’나 ‘wisdom’이 아닌 ‘반야’로 거듭나게 된다. 굳이 우리말로 할 때는 ‘완전한 지혜’ ‘진실한 지혜’처럼 수식어를 붙여야 그 의미를 다소나마 드러낼 수 있다.
이러한 어원을 갖는 쁘라즈냐(prajñā)는 혜(慧)로 한역되기에 우리말로 ‘지혜’라 할 수도 있지만 굳이 지혜로 사용되는 것을 피하는 것은 상대적 개념이 아닌 절대적 개념의 지위를 갖기 때문이다. 이 혜(慧)가 이성과 지성으로 발현된 것이 아니라 정(定)과 계(戒)에 의해 얻어진다는 점에서도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
모든 깨달음의 어머니
이러한 반야의 의미는 단적으로 규정하기에는 어렵다. 논서들의 설명을 빌린다면 모든 현상과 그 이치를 분명히 뚫어보는 깊은 지혜, 상대적인 것과 절대적인 것을 분별해 망설임[疑]을 끊어버리는 작용, 존재자 전체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완전한 지혜라 할 수 있다.
반야는 또한 연기(緣起), 무아(無我), 공성(空性)에 대해 깨닫는 것에 기반을 둔 것이자 괴로움을 제거하고 깨달음을 초래할 수 있는 진실한 지혜이다. 이런 측면에서 반야는 자리리타의 완성인 6바라밀의 한 요소이면서도 나머지 5가지 바라밀을 성립시키는 근거로서 중요한 위치를 갖는다. 특히 초기불교에서처럼 반야를 얻는다는 것은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난 열반, 깨달음의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깨달음의 어머니[諸佛之母]’라고도 한다.
대승불교 들어 적극적 실천행으로 부각
실천행을 중요시하는 대승불교에 들어서 이 반야는 소극적 이미지를 벗고 무집착(無執著)을 강조하는 적극적 실천의 대명사로 부각된다. 이원화하는 의식을 배제하는 불이사상(不二思想)으로 이해되기도 하는 반야는 《반야경》을 통해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고차원의 주체적 입장을 드러낸다. 이것은 초기불교 이래 이어온 공사상(空思想)의 다름 아닌데, 아비달마불교시대의 협소하고 소극적인 모습에서 진실한 지혜의 적극적 표현인 반야로 쓰이게 된 것이다. 《중론》을 통해 모든 존재자가 공인 것임을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했던 나가르주나[龍樹]의 경우처럼, 공(空)은 무집착을 강조하는 개념이라는 측면에서 반야바라밀과 상통한다고 보고 또한 공의 지혜를 완성하는 것이 반야바라밀이라고 보는 등 이전보다 그 외연과 의미가 확대된 양상을 보인다.
(2)혜(慧): 마음작용의 하나
한편 혜(慧)는 위와 같은 완전한 지혜로서의 의미, 곧 반야의 의미뿐만 아니라 마음작용의 한 요소이기도 하다. 곧 간택으로 결단이 분명하고 의심을 제거해 결정짓는 마음의 작용으로서, 이것은 마음이 어떤 사태에 대한 이해를 얻게 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유부는 이러한 혜를 10대지법의 하나로 편성해 모든 심식에 따라 발생한다고 주장한 반면, 유식학에서는 대상에 대해 정사(正邪)와 득실(得失)을 판단해 유익한 것은 취하고 유익하지 않은 것은 버리는 작용으로서 혜가 있는데 어리석고 우매한 마음에는 이 마음작용이 있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혜(慧)는 때때로 지(智)와 혼동되어 사용되는데, 지(智)와 혜(慧)는 비록 통명이어도 유위의 사상(事相)에 통달하는 것을 지(智)라 하고, 무위의 공리(空理)에 통달하는 것을 혜(慧)라 한다. 또《한어대사전》에서는 “결단하는 것을 지, 간택하는 것을 혜라 한다. 속제를 아는 것을 지, 진제를 비추는 것을 혜라 한다. 비추어 보는 것을 지, 이해하고 아는 것을 혜라 한다. 세제를 아는 것을 지, 제일의제를 비추는 것을 혜라 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엄밀히 말해 지(智: jñāna)는 견(見: darśana), 인(忍: ks.ānti)과 함께 모두 혜의 작용에 포함된다. 이것들은 순서대로 무분별의 절대적인 앎, 세계의 실상이나 존재본성에 대한 통찰, 인가(忍可)의 의미를 갖는데, 이 셋이 모두 간택을 본성으로 하는 혜의 작용 범주에 있기 때문이다.
김영석/불교저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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