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공부방(1)

계(戒)

소리없는 아우성 2012. 12. 4. 12:04

계(戒)
상가의 현실적 인식과 불교 정체성 확보 의미 있어

S:sila P:sila T: tshul khrims E: precepts, disciplines Cs: 尸羅

불교의 상가[僧伽]는 하나의 수행 공동체이다. 또 단체는 하나의 지향점을 보며 함께 나아가는 조직사회이기도 하다. 다수 개개인들의 집합체인 조직사회는 조직의 순수함을 유지하기 위한 별도의 장치를 필요로 한다. 그것이 도(道)이든지 덕(德)이든지 법(法)이든지 어떤 객관적 지위를 담보하는 공증의 규칙이 있어왔고 있어야 한다. 이 기능을 불교에서는 계(戒, ??la)와 율(律, vinaya)이 담당한다. 여기서는 계에 한정해 살펴보자
쉴라(??la), 곧 계(戒)는 불교적 실천도의 토대이자 정(定)·혜(慧)와 함께 3학(三學)의 하나이다. 또한 5분법신(五分法身)의 하나로 계신(戒身)·계품(戒品)·계온(戒蘊)이라고도 한다. 대승에서는 이것을 대표적 실천도인 6바라밀 또는 10바라밀 가운데 하나로 건립한다. 이러한 범주 설정은 곧 계(戒)가 불교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자각각타(自覺覺他)의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는 증거이다.

방비지악(防非止惡)

쉴라(??la)는 원래 ‘실천하다’ ‘진력하다’의 뜻을 가진 동사어근 √??l로부터 온 명사로서, 행위, 습관, 성격, 도덕, 경건 등의 의미들을 갖는다. 이러한 의미들을 좇아 한역에서는 ‘계(戒)’로 의역하기도 하고 때론 그대로 음사해서 ‘시라(尸羅)’로 표기하기도 한다. 이 계(戒)가 갖는 불교적 함의는 몸과 말로 짓는 행위들의 그릇됨을 막고 유익하지 않은 것을 그치게 한다는 것이다.
쉴라의 의미를 규정함에 있어 논사들은 제각각 같지만 같지 않게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대지도론》13권(T25-153b9)에서는 “유익한 길 실천하기를 좋아해 스스로 방일하지 않은 것을 쉴라라 한다. 또는 계를 받아 유익한 것을 실천하거나 계를 받지 않고도 유익한 것을 실천하는 것도 모두 쉴라라 한다”고 한다. 《대비바사론》44권(T27-229c29)에서는 쉴라에 대해 청량함[淸凉], 숙면[安眠], 자주 익힘[數習], 사마디를 얻음[得定], 돌계단[塚?], 장식물[莊嚴具], 밝은 거울[明鏡], 섬돌[階陛], 증상(增上), 머리[頭首] 따위의 10가지 비유적 표현으로 설명한다. 또 《발보리심경론》1권(T32-512a9)에서는 “몸·입·마음의 유익하지 않은 행위들을 끊고 모든 불선의 법들을 억제하기 때문에 계(戒)라 한다”고 설명한다.

구성원 증가로 계 제정 불가피
위반 시 자의적 처벌…자신 행위에 대한 책임 막중


계의 시작은 단지 악행 짓는 것을 경계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점차 상가 내에 비행(非行)이 발생하고 각 범죄행위의 경중(輕重) 등 행태가 복잡해짐에 따라 출가와 재가, 성별별로 5계에서 348계까지의 여러 부류의 계가 건립되었다.
계의 종류에는 재가 남녀신자들이 평상시 지켜야 할 5계(五戒), 재가 남녀신자들이 제한된 시간동안 지니는 8재계(八齋戒), 사미와 사미니가 평상시 지켜야 할 10계(十戒), 사미니가 구족계 받기 전 배우는 6법계(六法戒), 그리고 비구와 비구니가 지켜야 할 구족계(具足戒)가 있다. 완전한 계 또는 교단에서 정해진 모든 계상을 다 포함한 계를 의미하는 구족계는 비구에게 250계, 비구니에게 348계를 요청한다. 이러한 계의 구분은 대승에 들어 모두 성문계(聲聞戒)로 규정되고, 별도로 대승 보살을 위한 보살계(菩薩戒)가 제정되는데, 이것을 2계(二戒)라 한다.
2계의 또다른 의미로, 석가모니붓다가 특별히 제정하지 않더라도 그 본래 성질이 죄악이라서 제정된 성계(性戒)와, 행위 자체가 죄악은 아니어도 세간의 비난을 받거나 성죄(性罪)를 유발하지 않게 하기 위해 제정된 차계(遮戒)가 있다. 예컨대 불살생계나 불유도계는 성계이지만, 불음주계 경우는 차계인 것이다.
이러한 계는 석가모니붓다가 비불교도들의 이치에 맞지 않은 행위에 대해 출가와 재가를 막론한 불교도들에게 내린 일종의 교훈의 성격을 갖는다. 또 계는 수범수제(隨犯隨制)되어 어겼을 때 반드시 처벌의 규정이 따르는 율(律, vinaya)과 달리, 이것을 어겼을 때의 처벌은 타의적이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곧 행위에 대한 개개인의 책임을 극대화시킨 규칙이라 하겠다.

수계·갈마로 신·구·의 악업 막고 6근 보호

《사분율행사초》중권에 따르면, 계를 계법(戒法), 계체(戒體), 계행(戒行), 계상(戒相) 4가지로 구분해 설명하기도 한다. 곧 붓다가 제정한 계의 법칙, 계의 기능, 계의 보존과 실천, 계의 내용과 차별을 말한다.
특히 계를 받을 때 마음과 몸에 나타나는 힘인 계체(戒體)는 수계의 의식이나 갈마에 의해 생기는 그릇된 것을 막고 유익하지 않은 것을 그치는 공능으로서, 율의(律儀)의 무표색이라 한다. 산스끄리뜨 sa?vara 의 한역어인 율의(律儀)는 악계를 차단해 신·구·의의 악을 막고 6근을 보호하는 역할을 의미한 말이다. 《구사론》14권(T29-72b14)에서는 율의무표를 별해탈율의, 정려율의, 무루율의 3가지로 구분해 설명하는데, 이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건조하게 표현하면 사실 계(戒)는 조직체의 질서유지를 위한 통제책의 하나이다. 하지만 모든 수행과 반야의 토대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불교 내에서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구성원 모두가 구경각(究竟覺)을 증득한 붓다가 아닌 불완전한 유정임을 인정하는 현실적 인식과 상가의 청정성 유지라는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통제와 규율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붓다의 길을 찾아나선 유행자라면 철저한 계의 실천으로 각자의 6근을 보호해 불선행(不善行)이 스며들지 않도록 고삐를 놓지 않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김영석/불교저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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