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물
산골 물아
어디서 나서 어디로 가는가.
무슨 일로 그리 쉬지 않고 가는가.
가면, 다시 오려는가 아니 오려는가.
물은 아무 말도 없이
수없이 얼크러진 '등 · 댕댕이 · 칡덩쿨' 속으로
작은 담은 넘어가고, 큰 담은 돌아가면서
쫄쫄 꼴꼴 쏴 소리가 양안(兩眼) 청산(淸山)에 반향(反響)한다.
그러면 산에서 나서 바다로 이르는
성공의 비결이 이렇다는 말인가.
물이야 무슨 마음이 있으랴마는
세간(世間)의 열패자(劣敗者)인 나는 이렇게 설법(說法)을 듣노라.
님의 침묵(沈默) : 한용운(韓龍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