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교단의 조직
교단의 조직
오늘날 우리가 불교교단이라 할 경우는 불교도, 즉 수행자와 신도를 포함한 전치를 의미한다. 이것은 가장 넓은 의미의 교단이다. 그러나 좁은 의미에서의 교단은 흔히 '승단'이라 부르는 상가만을 뜻한다. 이 경우 재가신자는 포함되지 않으며 출가수행자만이 그 구성원이 된다.
경전에서도 옛부터 이런 두 가지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교단, 즉 출가수행자와 재가신자를 포함한 가장 포괄적인 이름으로는 '4중(四衆)'이 있다. 4중이란 ①비구 ②비구니 ③우바새 ④우바이이다. ①②는 출가의 남·여이고 ③④는 재가의 남·여를 이르는 말이다. 비구란 걸식자(乞食者)라는 뜻으로 신자의 공양으로 생활하는데서 나온 명칭이다. 비구니는 그 여성형이다. 우바새는 근사남(近事男)이라고 해석되듯 부처님과 제자들을 가깝게 모시고 봉사하는 남자신도를 가리킨다. 우바이는 그 여성형이다.
①②와 ③④는 경제적인 관계로 보면 공양받는 자와 공양하는 자로 교단을 성립시키는 유기체적(有機體的) 불가결한 요소들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 4중의 중(衆)은 Parisad의 번역으로 불교도로서 개개인을 지칭하는 것이지 그 전체에 대한 명칭이 아니다. 즉 4중 전체를 상가로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교에서 상가란 이름이 사용되는 것은 출가자의 집단에서만 한정된다. 불교에서 상가가 성립한 것은 앞서 '부처님의 생애'(제2장)에서 말했듯이 초전법륜 때의 일이다. 그보다 먼저 부처님은 두 사람의 상인을 만나 법을 설했다. 두 사람은 부처님과 그 가르침(法)에 귀의해서 우바새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을 상가의 성립이라고 보지 않는데서도 상가의 한계는 명백하다. 그러니까 상가란 현실적으로 생활공동체이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율장은 이같은 요건을 갖춘 출가집단에 대한 규칙만을 집성(集成)하고 있는 것이다.
율장의 규정에 구속받는 출가자들은 또한 성인(成人)이냐 아니냐는 구별에 따라 다섯가지로 구분된다. 즉 성인의 성원(20세 이상)으로서의 비구와 비구니, 미성년 성원으로서 남자는 사미, 여자는 사미니, 그리고 식차마나이다. 식차마나는 비구니가 되기 전 2년간의 여성수행자에 대한 명칭으로 이것은 임신의 유무를 판별하기 위한 조치다. 이들을 '5중'이라 부르고 재가 2중과 합쳐 '7중'으로 부르는 예도 있다. 그런데 5중의 구별은 율장의 규정에 따르는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사미(니)는 독립된 상가를 만들지 못하므로 비구상가와 비구니 상가 2종류가 존재하게 된다.
비구와 비구니 상가는 같은 율장의 규정에 따르는 점에서는 동일한 공동체에 속하지만 실제의 일상생활이라는 점에서는 항상 전원이 한 곳에 모여 사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율장의 규정을 운용(運用)하기 위해서는 그 장소에 모인 성원만으로 회의를 하고 의결(議決)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생긴다. 이 때문에 특정한 시처(時處)에서의 특정수의 비구 또는 비구니의 집단을 상가라 부르게 되는데 이를 '현전승가(現前僧家)'라 한다. 지금 여기에 성립돼 있는 상가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앞서 말한 5중으로 된 출가자의 교단은 '사방승가(四方僧家)'라고 한다. 인도전역(十方)의 출가수행과 전체의 상가라는 뜻이다. 사방의 뜻을 나타내는 원어는 카투르데시카로 이것을 음사 하면 '초제(招提)'라 한다. 당초제사(唐招提寺)의 명칭은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현전승가는 이렇게 상가운영의 규칙적용을 위한 조직으로 의결해야 할 사항의 중요도에 따라 4·5·10·20·20명 이상 등 다섯가지 구성으로 나누어진다. 이를테면 입단허가를 위해서는 10명이상 동의가 필요하므로 9명 이하가 모이면 의결할 수 없다. 우리나라 계단(戒壇)이 3사 7증(三師七證)을 세우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또 3명 이하의 모임은 상가로서의 자격이 없다. 따라서 아무런 의결을 할 수 없다. 이같은 무자격의 집단은 다만 '가나'라고 불리운다.
이러한 규정 때문에 때에 따라 현전승가의 편성을 일정한 지역으로 한정하기도 한다. 이것을 '결계(結界)'라고 한다. 초기의 교단은 특별히 사원(寺院)같은 것을 가지지 않았으므로 매년 안거 등에서 항성 결계(結界)를 정하고 사람의 수를 세어두었다.
상가의 운영, 즉 율에 따르는 의결의 방법은 '갈마( 磨)'라 하는데 이것은 사안의 경중에 따라 두 번 내지 네 번 찬반을 묻고 전원의 찬성이 요구된다. 백이(百二) 또는 백사갈마(白四 磨)가 이것으로 여기서 백(白)이란 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말한다. 이같이 '전원일치'라는 조건이 있으므로 상가성원의 수를 언제나 확인해 둘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교단의 성원은 율의 규정에 승복할 의무와 의결권이란 점에서 모두 평등하지만 수행의 측면에서는 당연히 차이가 있다. 그리고 교단 태의 역할에 따라서 여러 가지 명칭이 주어진다. 오래 수행을 하여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을 '상좌(上座;長老)'라 부르고 대덕(大德)·존자(尊者)·구수(具壽)등의 존칭으로 부르기도 한다.또한 특정한 자격으로서는 수계 후 10년 이상이 지나야 제자를 거느릴 것이 허용되며 이를 '화상(和尙)'이라 한다. 또 교단 내에서 수행을 지도하는 자를 '아사리'라 부른다. 또 능력에 따라 임무가 분화하게 됨에 따라 '법사·선사·율사'등의 명칭도 생겨났다. 선사는 '유가사(瑜伽師)'와 같으며 선정수행에 전문적인 사람이란 뜻이다. 이에 대해 법사는 설법사로 민중교화를 주요한 임무로 한다. 우리 나라의 포교사란 바로 이 법사를 말한다. 경전에 포교사란 말은 없고 이는 일본불교에서 쓰는 말을 채용한 것이다.
그러면 상가에서 부처님의 위치는 어떤 것인가. 율장은 부처님이 입멸한 뒤에 편찬된 것이므로 부처님이 이 세상에 없는 무불시대(無佛時代)의 규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상가는 부처님으로 말미암아 시작된 것이며 따라서 율은 부처님에 의해 규정된, 그리고 그 이념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점에서 율장은 상가에서 부처님을 성원에서 제외하느냐(僧中無佛) 성원으로 인정하느냐(僧中有佛)로 나누어진다. 이중 상가에서 부처님의 존재를 제외하는 것은 불법승 삼보를 명확히 구별하는 생각의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여러 가지 불명확한 점이 많기는 하지만 부처님은 상가의 지도자였지만 '또한 성원의 하나로 동일한 규정에 승복하며 생활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종교인으로서 당연한 생활태도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시물(施物)이 생겼을 경우 부처님이라 해서 독점한다든가 특별히 받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율의 제정권은 부처님에게만 국한된다고 하니까 이런 점에서는 상가의 다른 구성원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부처님이 입멸한 뒤에도 이 사실은 확인되고 있으므로 점차 부처님은 상가로부터 제외되는 방향으로 기울어져 갔던 것이다. 부처님이 입멸하신 후 부처님은 상가 안에서 불탑 따위의 형태로 모셔졌는데 여기에 바쳐지는 공양물은 '불물(佛物)'이라 하여 상가에 기진된 '승물(僧物)'과는 분명히 구별되어진 것이 좋은 보기다.